“동네 한 바퀴 돌면 보인다 마을의 역사·정신·전통이”
`아파트 등 개발 바람에 정서 해칠라’ 주민들 힘 모아

▲ 광주의 근대화를 선도했던 양림동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주민들은 마을의 전통과 공동체 정신이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 `좋은 동네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양림동 사람들은 10여 년 전부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마을을 가꾸었다.

 지난해에는 그 결실의 하나로 역사문화마을지도를 만들었다. 광주지역 좋은 동네 만들기의 효시이자 전국적으로 퍼진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프로그램을 이곳 주민들이 처음으로 실시한 것이다.

 1990년대 말, 양림동은 인구가 줄고 거리와 골목에는 쓰레기가 넘쳐났다. 비어있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슬럼화가 진행됐다. 점점 열악해져가는 동네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모임을 만들었다. 교회 장년층이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1년 만에 전체주민들이 합세해 1박2일로 `쾌적하고 안전한 양림동 만들기’ 워크숍을 가졌다. 그렇게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프로그램과 `역사의 숲 가꾸기’가 온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자리 잡게 됐다. 우선 보행도로가 따로 없는 사직도서관 길의 보행권을 확보했다. 주민들의 보도 만들기를 바탕으로 양림동의 좋은 동네 만들기 운동이 시작됐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는 마을의 이야기를 찾아 마을탐방을 하는 워킹투어(Walking Tour)다. 지난 2000년부터 주민들은 양림동 일대의 역사 유적지와 동네 문화공간들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기록하면서 동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갔다. 그렇게 지난해 역사문화마을지도를 만들었다. `역사의 숲 가꾸기’는 양림동산에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고 등산로를 확보하는 등 양림동의 자연과 숲을 가꾸는 운동이다. 지난해부터 주민들은 양림동산 곳곳에 약초를 심고 있다.

 이러한 좋은 동네 만들기 운동의 중심에 송인동 호남신학대 교수가 있었다. 70년대 양림동에 있는 교회를 다니게 된 것을 인연으로 송 교수는 수 십 년간 골목골목을 걸으며 양림동을 연구하고 있다. 사람들을 모으며 다양한 쇠락의 탈출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역사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마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이야기들을 찾아 나서게 됐다”며 “좋은 건물이 들어서고 반듯한 조형물이 세워진다고 해서 좋은 동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을의 이야기와 정서를 찾기 위해 마을 가꾸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송 교수는 말했다.

 그는 “가장 늦게 이사한 이도 낯설지 않게 마을 주민으로 정겹게 받아주는 곳, 도시에서 고향의 모성성을 회복하는, 사람을 품어주는 마을이 좋은 동네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10여 년 가까이 마을 만들기 운동을 지속했지만 이제야 한 걸음 떼었다고 한다. 다소 걸음이 늦고 더디더라도 주민들과 함께 가야 좋은 동네로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림동산의 푸르름이 광주천으로 이어질 때까지 좋은 동네 만들기를 계속 될 것이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 2층 주택이 대부분이 양림동에는 18~22층 아파트들이 육중한 몸체를 들어내고 있다. 재개발 아파트 공사로 연일 타워형 기중기들이 양림동의 하늘을 휘젓고 다닌다.

 양림동 사람들은 올 6월 아파트 입주 후 불어닥칠 변화에 걱정이 앞선다. 마을사람들은 “유서 깊고 인심 좋은 동네의 도타웠던 인정들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인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을 주민은 “3·1운동 때 태극기를 나눠줬던 가옥이 아파트 터로 들어갔다”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앞으로 양림동은 `개화기 역사문화마을’로 조성된다. 광주의 개화기 기독교 선교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양림동 호남신학대 일원이 문광부의 문화중심도시 종합계획에 반영돼 역사문화마을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2013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재개발과 화려한 시설, 대단한 전시공간 등에 가려 양림동의 전통과 정신이 잊혀질까 봐서다.

 송 교수는 “불과 몇십년 사이에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라지고 잊혀져가고 있다. 100년도 안됐지만 그 흔적을 찾아내기가 힘들다”며 “남겨진 문화유산과 선현들의 삶을 가지고 이벤트화, 관광자원화하는 데만 관심 갖지 말고 그런 삶을 산 사람들의 정신을 좇아 그런 정신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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