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돌려주겠다”부터
“딸 살리고 싶으면…” 까지

전화사기(일명 보이스피싱)가 갈수록 지능화·다양화되고 있다. 심지어는 `보이스피싱에 걸려들지 않도록 해주겠다’거나, `보이스피싱에 사기 당한 돈을 되돌려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현금을 송금받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몰라서 당하고, 알고도 속는’ 보이스피싱의 피해사례는 다양하다.

광주경찰청에 접수된 사건들과 보이스피싱피해자들의 인터넷 모임(http://cafe.daum.net/phone4ki) 회원들의 사례를 정리했다.

▶“신용카드 대금 연체됐습니다”

중소기업가 A씨는 2007년 8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은행 상담원이라고 사칭한 사기범은 2007년7월 9일부터 28일까지 A씨 명의의 신용카드가 발급·사용됐는데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A씨가 “그런 일 없다”고 하자, “사기를 당한 것 같다. 경찰청에 대신 연락해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곧 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과라며 다시 전화가 왔고, “요즘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통장의 까만 테잎부분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한 뒤 전화는 다시 끊겼다.

세번째 전화를 건 이는 은행 담당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일단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으로 가서 전화를 기다리라”고 했고, A씨는 시키는 대로 화면을 눌러 계좌를 이체해줬다.



▶“백화점서 누가 물건을 구매했다”

지난 2월 어느 일요일. B씨는 “1월28일 ○○백화점에서 누군가 198만 원 어치 가전제품을 구매했으니 빨리 보안조치를 해야 한다”는 사기 전화를 받았다. 이어 “○○은행 전산망이 에러가 나서 전화로는 안된다. ATM 기계에서 처리를 하라”고 지시했다.

일요일인데다 ‘카드 정보 유출’에 ‘카드사 마비’라는 불안감에 내몰린 B씨는 ATM기계로 나갔다. 불러준 대로 입력하다보니 590만 원이 사기꾼 계좌로 넘어가고 말았다.



▶“연체, 금융거래 힘들어진다”

50대 여성 C씨에겐 법원 직원이라는 사기범이 접근했다.

“60만원이 연체가 돼 금융거래가 힘들어지니 통장 비밀번호를 바꿔야 한다”며 전화로 재촉한 것.

놀란 C씨가 남편에게 알렸고, 남편은 곧바로 은행에 달려가 600만 원씩 세 번을 입금했다.



▶“부동산 감정 받아보자”

생활정보지에 땅을 팔려고 내놓은 D씨. “내일 계약하자”는 구매자를 사칭한 사기범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사기범은 “땅값이 시세보다 비싸게 나왔다”면서 “감정 평가를 받아아겠다. 평가비 63만 원을 속히 붙여달라”고 재촉했다.

돈이 궁했던 D씨는 매매를 성사시킬 목적에 긴가민가하면서도 그 돈을 주고 말았다.

▶“통화요금 명의도용된 듯하다”

지난 4월15일. E씨는 “통화요금이 65만 원 정도 연체됐다”는 전화국 직원을 사칭한 이의 전화를 받았다.

D씨가 “자동이체인데 무슨 소리냐”고 따지자 사기범은 “아무래도 명의를 도용당한 것 같다. 서류를 검찰청으로 넘기겠다”고 했다.

5분 뒤 검찰청 직원이라는 인물이 전화를 했다. 사기범은 “요새 이런 명의도용 사건이 많다. 자기네가 접수했으니깐 너무 걱정말라”고 했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집에서 은행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려고 한다”면서 “금융감독원에서 마지막으로 확인전화 할 것”이라며 핸드폰 번호를 물었다.

잠시 후 한 여성이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 전화를 걸어 “전화 끊지 말고 통장 가지고 은행으로 가라”고 했다. “서두르지 말고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목적을 달성한 사기범은 “이제 다 해결됐다. 통장이랑 카드는 오후 5시까지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전화를 끊었다.

598만 원이 이미 빠져나간 상태였다.



▶ “딸 납치했다. 살리고 싶으면…”

40대 주부 F씨는 “아줌마 딸 납치했으니까 살리고 싶으면 1000만 원 보내라”는 청천벽력같은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지하실에 딸을 끌고 왔다. 애가 엄마한테 살려달라고 통화하겠다고 하는데 통화하겠느냐?”고 했고, F씨는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요구했다.

사기범은 “지하에 있는데 나 무서워…”라며 직접 아이의 우는 목소리를 연기한 뒤 “딸을 살리고 싶으면 1000만 원을 입금하라”며 계좌번호를 불러줬다.

사기범은 F씨가 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잠시라도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허튼 짓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다행히도 전화 받을 당시 딸이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한 F씨는 침착하게 대응, 금전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과납된 보험료 돌려주겠다”

지난 2월 G씨에게 전화를 건 이는 국민보험공단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

“의료보험료가 많이 걷혔다. 과납된 보험료 50만 원을 환급해 주겠다”고 했다.

사기범은 환급등록번호라는 것을 불러줬다. 그리고는 “1~2분 내에 은행에 도착, 환급등록을 신청하라”고 알려줬다.

G씨가 은행에 도착한 뒤 사기범은 “환급금 수령은 서울 본사에서만 가능한데, 즉시 받고 싶으면 ATM기계에서 가능하다”고 유인했다. 이어 환급금 팀장이라는 사람에게 다시 전화가 오고, ATM기계 앞에서 그가 시키는 대로 따라한 G씨의 통장에서 몇 백 만 원이 사라졌다.



▶“아들이에요. 사고쳤어요”

지난 2월 50대 여성 H씨는 새벽 3시 무렵 잠을 자다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엄마, 난데…”라며 통화가 시작됐다.

잠결인 H씨가 “막내니?”라고 아는체를 하자, 사기범은 곧장 “내가 술을 마시고 지나가는 여자를 건드렸는데, 1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으니 있는 대로 보내달라”고 말한 뒤 계좌번호를 불렀다.

놀란 H씨는 전화를 끊자마자 텔레뱅킹으로 사기범 계좌로 200만 원을 보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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