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로 가는 광주]<3> 기아자동차 노조

▲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동조합이 8일 본공장과 제2공장에서 회사측과 함께 5·18정신 계승을 위한 사랑의 헌혈 행사를 갖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제공>

“5월21일 이 날의 계엄군과 시민군의 총격전으로 광주 시내의 모든 병원들은 총상환자로 만원이었다. 버스나 소형차량들은 주로 부상자나 시체들을 병원으로 실어날랐다. 병원 앞에는 시위 대열에 적극 가담하지 못한 가정주부·아주머니·아가씨들이 헌혈을 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어린이까지 팔을 걷고 달려왔다. 적십자 병원 앞에는 인근 술집 아가씨들이 ‘우리도 깨끗한 피를 가졌다’고 절규하며 헌혈을 간청하고 있었다.” -‘5·18민중항항쟁’- 5.18기념재단 편

광주의 오월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현장. 주먹밥과 함께 광주 시민들을 생명의 공동체로 묶어 주었던 헌혈은, 이후 매년 5월이면 오월정신계승을 위한 연례행사로 자리 잡아오고 있다.

올해는 노동자들이 먼저 나섰다.

8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광주공장지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월 기념주간에 네 차례에 걸쳐 사측과 함께 전 조합원을 상대로 헌혈행사를 갖기로 했다. 그동안 사내 봉사동아리가 주최한 헌혈 캠페인이 있긴 했지만, 노조에서 5월 정신계승이라는 의미를 내걸고 헌혈을 주최하긴 이번이 처음.

손태용 노조 지회장은 “80년에 광주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하나였다”며 “오월의 거리에서 이뤄진 헌혈은 그 증거였고, 노동조합에선 그런 뜻을 조합원들과 함께 실천해보고자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헌혈은 이 날 기아차 광주공장 본공장과 제1공장에 각각 한 대씩 배치된 헌혈차량을 통해 이뤄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헌혈에 나선 조합원 조진구(46) 씨는 “80년 당시엔 전북에 살고 있어서 언론보도를 통해 ‘폭동’이라고만 알았었다”며 “하지만 선배들을 통해 진실도 알게 됐고 이렇게 뜻있는 행사에도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합원 이계희(33) 씨도 “5·18행사 덕분에 10년 만에 헌혈에 참가하게 됐다”며 뜻을 보탰다.

노조의 선의가 아니라도, 사실 기아차 광주공장은 그 역사에서 5·18과 무관하지 않다. 80년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이뤄진 21일 오후, 시민들은 시 외곽의 파출소 무기고 등을 통해 자체 무장을 시작했다. 시민군의 탄생이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기아차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에선 군용 짚차와 장갑차들이 시민군에 의해 ‘징발’됐다.

이들 차량들은 때론 계엄군이 지키고 있는 도청을 향해 돌진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계엄군이 일시 퇴각한 뒤엔 시민군의 발이 돼 시내 치안유지나 외곽으로 항쟁 소식을 알리는 데 긴요하게 사용된 바 있다.

기아차 노조는 이 날 외에도 9일, 그리고 오는 14일과 15일에 헌혈행사를 계속 갖기로 했다.

또한 오는 16일에는 헌혈과 함께 오월의 또 다른 ‘나눔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을 광주공장 전체식당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먹는 시간을 갖는다.

한편, 5·18 28주년 기념행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오월 정신을 계승하는 단체헌혈행사에는 광주경찰청도 함께 하기로 했고, 9일부터 시작되는 오월역사기행단도 마지막 일정에 헌혈을 하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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