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로 가는 광주]<8·끝> 살레시오고 학 접기
윤상원·김평용 동문 선배 기리는 마음 담아

▲ 살레시오 고교 학생회 간부들이 학내에 세워진 동문 선배 윤상원 열사의 동상 앞에서 종이학을 담은 상자를 들고 묵념을 하고 있다.

매년 5월18일이면 국립5·18민주묘지엔 종이학 상자가 등장한다. 5·18항쟁 당시 항쟁지도부 대변인이었고 마지막 순간 도청에서 산화한 윤상원 열사의 묘비 앞에 놓인다.

투명 아크릴상자에 담긴 빨강 노랑 초록 등 색색의 종이학 수천마리는, 일일이 손으로 접었을 정성을 가늠케 한다.

조화 대신 종이학을 가져다 놓는 주인공은 살레시오고교 학생들.

윤상원 열사(8회 졸업)의 고교 후배들이다. 종이학 천마리를 접으면 꿈이 이뤄진다는데, 선배의 못다이뤘던 꿈이 이뤄지길 비는 후배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올해도 후배들은 종이학 1만 마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만의 행사로 머물지 않는다.

지난달 학생회 2학년 간부들을 중심으로 광주시내 다른 학교들을 방문했다. 학접기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각 학교에 미리 협조 공문도 보냈다.

경신여고, 국제고, 동신여고, 살레시오여고, 숭일고, 조대여고 학생들이 종이학을 접어 보내왔다.

조대여고를 방문했던 이진웅(18) 군은 “윤상원 선배님의 삶을 얘기하기 위해 나름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레 그 삶을 알게 되더라”며 “제안 받은 학교 학생들도 흔쾌해 참가 의사를 밝혀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15일까지 8000여 마리 종이학이 모여 상자 하나를 가득 채웠고, 또 하나의 상자도 채워가고 있다.

후배들은 종이학 접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14일부턴 학교 안에 5·18관련 사진과 항쟁 과정을 담은 판넬을 설치했다.

복도 한 켠엔 분향 공간도 마련했다. 윤상원 선배와 함께 5·18 당시 산화한 김평용(20회·89년 명예졸업) 선배의 영정사진도 걸렸다.

윤상원 선배가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산화했다면, 김평용 선배는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의 희생자였다. 그는 80년 항쟁 초기이던 5월20일 효천역 근처에서 계엄군에게 총상을 입은 후 대검으로 가슴이 찔려 숨졌다.

학생회 기획부차장 박환상(17) 군은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일이었다”며 “또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접 행사를 준비하고 다른 학교까지 다니면서 이들이 느낀 건 뭘까.

심재평(18) 군은 “자부심이에요. 끝까지 남아서 희생을 각오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선배님에 대한 자부심이죠.”한다. 심 군은 만약 다시 5·18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선배님이 걸었던 길을 따라 갈 수 있을 것같다고도 했다.

이들이 준비한 종이학은 지난해 학내 체육관 앞에 설치된 윤상원 열사의 동상 앞에 두었가가, 18일엔 국립5.18묘지로 옮겨질 예정이다.

살레시오고 학생부 오지용 교사는 “매년 학접기를 비롯한 전 과정을 학생들 스스로 준비해오고 있다”며 “준비과정에서 자연스레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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