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전거도로 끊어지고, 막히고, 위험하고
[이제는 자전거시대] <2> 선만 그으면 전용도로인가

▲ 독일 베를린시의 자전거도로. 차도에 전용차선을 확보해 당당하게 달리고 있다.

자전거는 있다. 기름값 무서워 타고픈 마음도 굴뚝 같다. 그러나, 거리로 나서는 자전거는 많지 않다.

달릴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자전거도로 문제다.

얼핏 보면 이해 안되는 소리랄 수 있다. 도심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표시되지 않은 지역이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활성화’ 깃발 든 행정당국이 눈만 뜨면 내놓은 대책이 선 긋기였던 덕(?)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보도에 그려놓은 자전거도로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 자전거 이용자들의 공통된 주장.

“오히려 자전거 활성화에 찬물 끼얹는 짓”이라는 극언도 있다.

뭐가 문제인가? 연속성 끊어지고, 사고위험 높고, 울퉁불퉁 엉덩이만 아픈 길이라는 ‘낙인’이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분리되지 않는 구조가 우선 지적된다. 보도에 차등을 둔 높이로 조성하거나 펜스 등을 설치, 보행자와 격리돼야 한다는 것. 그렇지만 현재의 자전거도로는 보도에 선만 그어놓은 수준이다. 보행자도, 자전거도 전용도로 개념이 없다.

엉키면 보행자와 부딪히기 일쑤고, 이 경우 자전거도로에서 눈총 받는 것은 자전거다.

불법 주정차나 인근 상가에서 내놓은 물품 등으로 자전거도로가 막혀 있는 것도 비일비재한 경우. 포장이 벗겨져 울퉁불통한 노면은 엉덩이가 아플 지경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자전거들이 차도로 내려설 수밖에 없다. 차들과 함께 섞이면서 사고위험이 높아지고, 실제 발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추세다.

자전거 활성화의 출발점은 바로 이런 위험을 제거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차도의 한 차선을 자전거에 내놓으라는 것. 김광훈 환경운동연합 기획국장은 “자전거 도로는 시내버스 등 전체 대중교통 시스템 속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도 끝차선으로 자전거도로를 지정할 경우, 시내버스 정차와 겹치게 되므로 중앙차로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차도 내 자전거도로, 실현 가능성은 있을까? “차도 한 차선을 줄이면 도로 양편에 자전거도로를 가질 수 있다”라는 것이 김 국장의 자신감이다.

차도 한 차선 폭은 2.3~2.5m 정도. 이를 반으로 나눠 1.2m~1.3m 폭의 자전거도로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남은 문제는 행정의 의지. 전체 도로를 대상으로 차도에 자전거도로를 만들 수는 없는 일. 김 국장은 일단 시범구간을 지정해서라도 운영해보고,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을 제안한다.

그 적지로 손꼽히는 곳이 북구 용두동에서 첨단지구에 이르는 왕복 10차선의 첨단로(5km)다. 현재 이 구간엔 보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다. 차 그리고 보행자와 자전거가 격리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 이 구간을 광주의 대표적 자전거도로로 조성, 운영해보면 자전거도시 광주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하지만 현재 이 구간엔 자전거도로 표시조차 없고, 노면은 울퉁불퉁한 데다, 보도엔 잡초만 무성하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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