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자전거시대] <3> 보관할 곳이 없다

▲ 광주시내에는 자전거 1만1660대를 보관할 수 있는 600여 곳의 자전거 보관소가 있지만 잦은 도난 사고로 자전거 두기를 꺼리고 있다.

자전거 이용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부실한 보관소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시내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소는 모두 590곳으로, 자전거 1만1660대를 보관할 수 있는 꽤 큰 규모다. 하지만 시내에 설치된 151개 노선 293㎞의 자전거 도로가 그렇듯 현재의 자전거 보관소는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수치상 보관소’일 뿐이다. 도난사고에 매우 취약해 사람들이 자전거 보관대에 자전거 두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사정이 이런 데는 자전거 보관소가 자전거 한 부분을 묶어 둘 수 있는 거치대 형식 탓이 크다. 거치대 형식은 설치에 따른 비용이 저렴하며 주변의 각종 공사 등으로 거치대 이전이 필요할 때 쉽게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거치대 형식의 자전거 보관소는 묶어 둔 자전거를 쉽게 도난당할 수 있다는 결정적 단점이 있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가 바퀴, 안장 등 부품이 사라져버린 자전거를 보고 망연자실하거나, 도난으로 소모품 사들이듯 자전거를 다시 구입하기도 한다. 또 동호인들 사이에서 자전거 보관소는 ‘자전거 도난소’로 불릴 정도로 도난사고가 잦다.

설치만 하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시설관리 소홀로 먼지가 가득 쌓이고, 각종 광고물이 부착돼 있거나 쓰레기가 나뒹구는 자전거 보관소를 주변에서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는 현실이다. 자전거 보관소 이용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다.

그렇다면 자전거 보관소는 어떻게 운영해야 되나.

일단 무인으로 운영하는 자전거 보관소는 밀폐형이어야 하며, 최소한 자전거 프레임을 묶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자전거 보관소는 유료로 운영되더라도 관리인이 있는 자전거 보관소다. 지하철역과 기차역에 있는 일본이나 유럽의 ‘바이크 스테이션’이 바로 그러한 구조다. 아쉽게도 광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구조다.

또 하나 가능한 것이 폐쇄회로 TV(CCTV)다. 현재 설치된 자전거 보관소에 CCTV를 추가로 설치해 도난을 방지하자는 것으로, 밀폐형이나 유료운영에 비해 보다 현실적 방안이다.

인터넷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모임’ 회원인 이남수 씨는 “자전거 보관소에 CCTV를 설치한다면 도둑 방지는 물론, 도난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도둑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모든 곳에 설치가 힘들다면 관공서나 공기업, 학교 등에 우선 설치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hong@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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