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신방직 사원들이 주고객 `문화극장’을 아시나요?
지역 경제·문화와 부침 함께 한 극장사

TV에서 VTR을 넘어, DVD플레이어, 그리고 영화를 모아 TV로 틀어주는 IP TV까지 등장하고 있다. 영화극장의 위기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굳이 발품 팔아 극장을 찾고 있다. 이유는 뭘까. ‘극장’ 공간이 갖는 독특한 문화 때문이다. 사람들이 극장을 단순히 ‘화면 큰 TV’ 정도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에 ‘성업(?)’중인 극장 숫자가 말해준다.

광주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5개소에 달한다. 대부분 복합상영관이니, 상영관 수로 계산하면 모두 112개관이다.

광주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무등극장을 비롯해 지역 유일의 예술극장으로 단관을 고집하고 있는 광주극장, 우치공원 야외자동차극장까지. 객석수로는 2만2508석 규모다.

자치구별로는 동구가 충장로 일대를 중심으로 6개가 몰린 반면, 남구엔 하나도 없는 점은 특이하다. 북구엔 자동차 극장을 제외하면 2곳 17개관에 불과하다. 자치구 인구수와 극장 숫자는 상관 없는 모습이다.

광주의 극장사를 보면 지역 경제의 흐름과 부침을 함께 했다.

자본은 돈이 되는 곳에 쏠리기 마련. 한국영화의 중흥기라 할 수 있는 50년대 광주의 대자본들은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신영극장(이후 대한극장), 남도(대)극장, 태평극장, 천일극장, 계림극장, 중앙극장 등이 이때 들어섰다.

하지만 8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하나둘 문을 닫는다.

60년대엔 제일극장, 현대극장, 한일극장, 아세아극장 등 8개 극장들이 광주천변을 중심으로 잇따라 문을 열었다. 그러나 제일극장을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았다.

광주지역 극장들의 부침사엔 묘한 특징도 있다. 극장으로 일단 문을 닫게 되면, 그 건물이나 그 자리에서 다른 영업을 해도 잘된 경우를 찾기 힘들다. 또 상당수는 폐업 이후엔 경매 등 소유관계가 복잡해지는 경향성도 보인다.

극장의 소멸은 당시의 문화나 기억의 소멸을 재촉한다.

60년대 전남방직과 일신방직 사원들을 주고객 삼아 열렸던 문화극장 자리엔 조립식 창고가 들어서 이젠 흔적도 없다. 현재 광산구청 뒤편의 한 요양병원 건물 자리에, 80년대 광산군 시절 유일의 동방극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흔적들이 있다.

“1957년부터 극장입니다”는 문구가 선명한 광주천변 태평극장은 2003년 문닫은 채 옛모습 그대로다. 계림극장, 아세아극장과 현대극장도 비록 극장기능은 중단됐지만, 옛 모습 그대로 행인들에게 과거의 추억 한자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80년대 중고교 학생들의 단체관람으로 장사진을 이루곤하던 아카데미극장도 리모델링을 거쳐 교회로 바뀌었지만, 극장 이름을 딴 주변 상점과 상인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

건물마저 사라져 기억 소멸에 가속도가 붙기 전, 하나씩 더듬어 보아야 하는 이유다. 또한 또다른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검토하기 위함이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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