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힘모아 `희망 디자인’

▲ 지난해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사업에 선정된 `가온기획’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인쇄 광고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광산구 월계동에 자리한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설 가온기획.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인쇄 광고 기업이다. 명함이나 각종 스티커, 컴퓨터 디자인, 전단지를 비롯해 책자를 제작하는 업체다. 지난해 10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일자리사업으로 인증 받으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가온기획의 영업은 아직 ‘대박’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면서 인쇄물을 맡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객의 70% 가량은 관공서와 시민·사회단체다. 광산구,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광주지사, YMCA청소년수련원 등이 가온기획과 협약을 체결해 인쇄물을 맡기고 있다.

인쇄물은 주문 뒤 정해진 날짜에 만들어 보내주기 때문에 한번 맡긴 사람은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직원은 10명. 대부분 장애인이다. 사회적일자리사업에 선정돼 4명을 새로 채용했다. 새로 채용된 이들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무 위주로 교육을 하고 있다.

가온기획의 모델은 장애인 기업 ‘노들’이다. ‘노들’은 장애인을 고용해 현수막 등을 제조하는 업체로 지난해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효 소장은 “아직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힘을 합치고 노력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가온기획의 목표는 ‘홀로서기’다.

우선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의 사업을 3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성과를 내면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가온기획 실무를 맡고 있는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업재활팀 김창휘 팀장은 “센터에서 자립해 독자적으로 광고인쇄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가온기획 모두의 바람”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생력을 갖춰야 하고 지역에서 3년 동안 열심히 해 반드시 독립하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가온’이라는 이름은 ‘세상의 중심이 된다’는 의미”라며 “광고 인쇄분야에 중심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를 위해 ‘거액’을 투자했다. 디지털 인쇄, 제본 등 최소한의 책자를 만들기 위해 첨단 기계를 도입한 것. 또 1주일에 한 번씩 외부 전문 강사를 초청해 디자인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영업이다.

김 소장은 “사회적일자리사업으로 선정돼 영업사원을 모집했지만 문을 두드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80만원 외에는 더 줄 수 없는 형편이어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현재 비장애인 영업사원을 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김 소장은 “디자인 인력은 있는데 영업사원이 부족해 올해는 영업 분야에 더 치중할 계획”이라며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의 진짜 목표는 장애인이 주축이 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장애인들도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표정이 밝다.

광고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김진영(33) 씨는 10년간 일하다가 산재를 입었다. 함평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10개월 동안 디자인 공부를 했다. 김 씨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실무는 다르다. 열심히 배워 빨리 적응 하겠다”면서 “새로운 일을 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 다른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겠다”고 말했다.

양일식(43) 씨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 사진 편집을 했기 때문에 광고인쇄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면서 “사회적 기업이 유럽에서 확산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이’를 극복해 영역을 넓혀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가온기획의 사업 이름은 ‘희망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다. 이름처럼 이들은 ‘희망’을 ‘디자인’하고 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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