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도배·장판 맡겨주세요”
도색·도배·배관·목공 등 기능인력 30명 `포진’

▲ 한국부동산개발원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단 소속 직원들이 지난 3일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에서 도배 공사를 하고 있다. 도배·도색·배관·목공 등 기능인력 30명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이 있어 좋다. 그동안 일감이 없어 쉬는 날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도배사 주혜숙 씨. 생계를 꾸리기 위해 도배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성실함으로 지역 도배 공사 업계에서 실력과 경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모집 공고를 보고 기능인력 채용에 지원해 직장을 갖게 됐다.

“일은 고되지만 직장도 생겼고, 동료도 있어 행복합니다. 가계에 보탬도 되고요.”

지난 3일 북구 운암동 W아파트 8층. 도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날 도배는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참여기관인 한국부동산개발연구원이 수주 받았다. 주 씨는 동료 4명과 함께 도배공사에 투입됐다. 기존 벽지를 뜯어낸 자리에 초배지를 붙이고 벽지를 발랐다. 동료들과 손발이 척척 맞았다. 도배 공사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까지 끝내야 한다.

주 씨는 “한국부동산개발연구원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단이 꾸준히 성장해 이 기업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김영례 씨는 15년째 도배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일한 만큼 성과급을 받는다”고 했다. “보통 일용직 노동자는 산재보험이 없는데 이곳에는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어 한층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남구 월산동에 위치한 (사)한국부동산개발연구원 사회적일자리창출사업단은 도색·도배·배관·목공 등 기능 인력과 보조인력 등 일용직 노동자 30명을 고용해 집과 건물을 고쳐주는 주거환경 개선 전문 기업이다.

사업 내용은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 서비스이지만 성과를 토대로 5년 후 사회적 기업으로의 자립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업의 특징은 다른 예비사회적기업과 달리 기본급을 포함해 성과급(수당)이 지급된다. 수당제를 도입해 업무의 능률을 꾀한 것. 직원들은 일한 만큼 돈을 더 받는다.

이규봉 단장은 “사회적 약자인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실무 경험을 통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 단장은 “도배사나 목공 등 기술자가 배출되는데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감이 없어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을 정규직화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의 입지를 굳힌 뒤 장기적으로 양질의 지역개발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이 단장의 구상이다.

영업은 회원제로 운영하는데 가입 회원에게는 일정부분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기업(일광토건, 티제이기업)과 지자체(남구청), 대학(광주대, 서강정보대)을 참여시켜 연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사업은 저소득층 주택개선사업, 영세공동주택사업, 회원 및 지역주민 주택개선 소규모 판매사업, 부동산 전문가 양성과정 등이 있는데 노후화된 영세공동주택이 많아 시장의 전망은 밝다.

이 단장은 “영세아파트 거주자들은 생활공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건축자재 및 시공비용이 비싸 개선하지 못하는 부분을 저렴한 가격으로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사회공헌활동 일환으로 저소득노인 및 소년소녀 가장 등을 대상으로 도배 및 장판 소모재를 무료로 교환해주고 있다.

지금은 초보 단계이지만 체계화, 규격화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부분 리모델링, 단독주택 종합 리모델링 등 종합주거환경개선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도 어려운 점은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낮아 사업을 확장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이 단장은 “일부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에서 일을 맡기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또 품질문제도 거론한 고객도 있다”면서 “그래서 직원들이 영업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인맥을 통해 영업을 하고 있고 매출액의 95%를 수당으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기업이 성과위주다 보니 참여기관의 권한이 제한적인 것도 문제다. 최소한 1명 정도 책임자가 들어가 경영마인드를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단장의 주장이다.

한국부동산개발원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단은 이미 정부지원금 외 매출 이익금을 적립해 2년차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단장은 “예비사회적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 기능인들이 자립기반을 마련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더불어 지역사회 공헌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시켜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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