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보호구역 지정 이동 돕는 생태통로까지

▲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연생태공원 초입. 저수지는 두꺼비들의 산란과 부화를 위한 최적의 장소이다. 숲생태를 보존하면서도 다양한 관찰원 마련, 관찰 데크 설치,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보존과 교육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다.

숲·강을 보존하고 자연과 어울려 사는 삶, 석유문명을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 걷기와 자전거 타기가 편안해 교통사고 걱정 없는 도시…. 꿈만 꿔야 할까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보여주듯 녹색은 대안이고 참삶을 위해 선택해야 할 길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행하는 나라와 지역들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구요. 도시숲 관리·생태계 복원·녹색교통·에너지 자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범적인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는 겁니다. 본보는 그런 현장들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보고 배워서 그들의 지혜를 `생태문화도시 광주’에 접목시키기 위함입니다. <편집자주>



‘살기 팍팍한 것 같은’ 서울이다. 과도한 인구 밀집과 개발로 인한 자연훼손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탓이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서울은 전국의 어떤 도시들보다 자연과 공존하며 살려는 노력들이 먼저 이뤄져 왔다. 그리고 그런 현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서초구의 우면산 자연생태공원과 강동구의 고덕수변 생태복원지도 그 중 하나다.

본보는 지난달 말 ‘광주앞산뒷산네크워크’와 함께 이곳들을 둘러보고 왔다.



두꺼비가 살고 있는 우면산 자연생태공원

1만8000여 명의 시민들이 트러스트 운동을 펼쳐 개발을 막은 것으로 유명한 우면산(293m). 우면산은 서초동·방배동·양재동·우면동과 맞닿아 있는 산으로 강남 지역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중 우면동 산 34-1번지 일대에 자연생태공원(31만8644㎡, 9만6389평)이 자리잡고 있다. 2004년 7월 개원했다.

공원 초입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두꺼비 생태교실’이 열리고 있는 시기. 올챙이들을 만나러 온 아이들이다. 이들은 두꺼비 올챙이들을 볼 수 있는 수조, 두꺼비들의 생애를 담은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우면산 공원은 환경부가 아닌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2007년 12월 서울시가 야생동물(두꺼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참나무숲 자연림과 사계절 마르지 않고 흐르는 계곡, 산란과 부화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저수지 등이 있는 공원은 두꺼비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공원 개원 이후 숲생태해설가들이 두꺼비의 생태·생애 등을 꾸준히 관찰, 기록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 도시에 살고 있지만 환경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배운다. 땅 위 10cm 높이에 설치된 관찰 데크는 새끼 두꺼비가 산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숲과 동물을 더 깊게 알 수 있는 배움의 장

공원에 들어서면 저수지가 나타나는데, 그 옆 탐방로에는 관찰 데크가 놓여 있고 또 바로 옆 산과 맞닿은 곳에는 경사면을 따라 나무들이 놓여 있다. 무엇일까?

저수지에서 자란 새끼 두꺼비들이 뭍으로 이동하는 것을 돕는 생태통로다. 관찰 데크가 바닥과 10c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 밑으로 새끼들이 이동하는 것이다.

숲생태해설가 서두문 씨는 “숲생태를 공부할 수 있는 배움의 장으로 잘 조성돼 있고,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보존 여건도 좋아졌다”며 “어린이, 시민, 숲해설가 등 숲을 알고 숲을 체험하려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원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면산 공원은 보존과 교육이 균형을 이루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원 안에는 습지생태계 관찰원·나비 관찰원·야생조류 관찰원·수서생물 관찰원·도시림 및 곤충 관찰원·풀꽃 관찰원·참나무 층위구조 관찰림·계곡경관 관찰원·양지성 식물관찰원·명상의 숲·참나무 문화 관찰림·식이식물 관찰원·염료식물 관찰원 등이 마련돼 있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라기보다 숲생태를 활용한 공간들로, 해설가가 상주하면서 방문객들이 숲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숲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안내판들이 잘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 PDA를 이용한 음성 안내 시설이 갖춰진 것. 또 생태해설가들이 우면산 두꺼비의 생태와 생애를 글과 사진으로 꼼꼼히 정리한 안내서도 마련돼 있다.



1일 360명 탐방객 제한

광주만 하더라도 산을 찾는 탐방객들로 인해 식생과 탐방로가 훼손되는게 문제인데, 우면산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은 탐방객을 제한한다. 1시간 단위로 입장 40명 이하, 1일 이용 인원은 360명 이내다. 서초구청 공원녹지과 담당자 이명희 씨는 “탐방객 제한과 관련해 처음엔 주민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떻게 산을 만나야 하는지 인식이 확산돼 민원은 없다”며 “오히려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 등으로 환경이 좋아지면서 탐방객들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우면산 말고도 아차산·길동·여의도 샛강·강서습지·양재천 등 6곳의 생태공원이 더 있다.

그러나 광주의 경우,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자연생태공원은 호수생태원(북구 충효동) 외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광주 앞산뒷산의 보존은 탐방로 정비나 숲가꾸기 정도에 그치고 있고, 또 교육 프로그램은 광주앞산뒷산네트워크 지킴이들이 자원활동으로 숲해설을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적극적인 자연생태 보존·관리,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의 마련 등이 필요한 이유다.

서초구청 이명희 씨는 “현재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국유림이다. 사유지를 매입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찾은 것”이라며 “광주가 서울보다 환경이 더 좋지 않느냐. 국공유림 활용 등 여러 방법을 찾으면 좋은 생태공원이 마련될 수 있겠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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