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대탐사] <1> 장안산~밀목재(12km)

▲ 장안산 억새밭에서 바라본 산줄기들. 사진 위쪽 오른쪽이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고, 그 너머 땅이 경상도다.<사진 광주드림 조선 기자>

광주전남녹색연합·전북녹색연합·광주드림·새전북신문 2년 공동기획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중심산줄기인 백두대간. 산이 있어 물줄기가 형성됐고, 산줄기·강줄기 따라 다양한 삶의 모습과 역사들이 쌓여왔다.

호남지역을 관통하는 산줄기인 호남정맥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전북 장수 영취산에서 전남 광양 백운산까지(462km)가 호남 땅을 달리는 산줄기, 호남정맥이다. 호남의 생태, 역사, 문화가 깃들어져 있는 줄기이기도 하다.

광주드림은 전북녹색연합·광주전남녹색연합, 그리고 새전북신문과 공동으로 호남정맥 대탐사에 나섰다. 2주마다 탐사가 진행되는데, 대략 2년 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20일 `호남정맥 대탐사’ 첫 걸음이 시작됐다. <편집자주>



백두대간 영취산(1075.6m)에서 갈라져 나온 지점부터 다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나뉘어지는 전북 진안산 모래재 북쪽 600m까지는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의 공통부분. 이 부분을 포함한다면 영취산에서 백운산까지의 호남정맥은 오롯이 462km다.

장안산은 백두대간 영취산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호남정맥이 시작하는 첫번째 산이자 호남정맥에서 최고 높은(1237m) 산이다. 선조들에 의해 장안산은 우리나라 12대 종산 가운데 하나이자 호남정맥의 종산(宗山)으로 불렸다.

12대 종산 중 하나

과거로부터 선조들은 나라의 으뜸 산과 강을 각각 12개씩 선정하여 12종산과 12종강으로 불렀다. 여암 신경준(1712∼1781) 선생이 작성한 ‘여지고’에는 삼각산, 백두산, 원산, 낭림산, 두류산, 분수령, 금강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장안산, 지리산을 12대 종산으로 기록하고 있다.

삼각산을 맨 먼저 언급한 것은 왕이 살고 있는 한양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자 백두산을 국토의 출발지로 보는 지리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20일 오전 8시30분. 호남정맥 탐사의 시작은 백두대간의 주능선인 영취산에서 300m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는 장수 무령고개에서 시작됐다. 이 고개는 장수군 장계면과 번암면의 경계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두 개 면을 잇는 도로는 비포장이었지만 최근 도로 확포장공사가 끝났다. 10여분 가량을 올랐을까. 팔각정이 눈앞에 들어왔다. 팔각정에 서자 장수 장계마을, 대곡저수지, 영취산, 육십령 고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육십령 고개는 산세가 험해 옛날 빨치산의 근거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팔각정을 뒤로 하고 탐사팀은 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산행 시작 1시간 여 무렵에 억새밭이 펼쳐졌다. 군립공원인 장안산 억새밭도 나름 유명하다. 앞이 뻥하고 뚫린 이곳에 서자 백두대간 산줄기, 그리고 능선 너머로 경상도 땅이 들어왔다. 저 능선을 경계로 전라도와 경상도가 갈린다. 비가 후두둑 떨어질 것 같이 험한 날씨에 장안산 정상은 구름에 가렸다. 그러나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산은 앞길을 보여줬고, 사람 한 명 지나갈 만한 길을 따라 그렇게 탐사대는 12대 종산 가운데 하나인 장안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안산 자연환경조사 미흡

오전 10시쯤, 드디어 해발 1237m의 장안산 정상에 도착했다. 장안산은 호남정맥의 종산이자 매우 영험한 산이어서 조상들은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천제)를 지냈다. 기우제를 지내는 인파의 줄이 장수읍쪽으로 무려 5∼6km의 행렬을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정상에 선 탐사대원들은 장안산 정상에서 과일과 막걸리, 떡 등을 차려놓고 무사탐사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발대식을 가졌다. 가뭄이 해갈될 수 있도록 비가 많이 내려주기를 함께 빌었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축문에서 “탐사대의 안전과 무사탐사를 기원한다. 그동안 개발과 성장만을 쫓아 살면서 산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탐사를 통해 산을 지키는 마음이 사람들에게 퍼져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안산은 전북 장수군의 장수읍, 계남면, 번암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1986년 8월 18일 장수군에 의해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1987년 자료에 의하면 장안산에는 신갈나무, 미역줄나무, 층층나무, 개서어나무, 쪽동백나무, 졸참나무 등이 우점하고 있으며 515종의 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사무국장은 “현대에 이르러 호남정맥의 우두머리격인 종산을 군립공원으로 관리하는 것도 격에 맞지 않는 것이지만 생태계 조사도 너무 미흡하다. 장안산 포유류와 곤충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호남정맥이 온전히 복원되는 날 장안산의 지위도 제대로 인정받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하산 쯤 장대비 쏟아지고

장안산 정상을 벗어나자 그때부터는 내리막과 평지, 오르막이 반복됐다. 산길을 걸어가면서 다람쥐와 각종 식물들이 탐사팀을 반겼다. 산 정상을 출발해 1시간 가량을 걸은 뒤였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뒤덮었고 우거진 숲 사이로 밝은 빛이 간간히 들어왔다.

“우리들이 흔히 끓여 차로 먹는 둥글레입니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하지만 실은 자연 속에 있는 것이죠.” 한 국장은 철쭉과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둥글레를 차례차례 설명하면서 “이곳은 생태계와 숲이 아주 건강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기를 수차례 반복한 뒤 어느 언덕배기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이후부터는 해발 900m의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었다. 나뭇잎이 겹겹이 쌓여 있는 뽀송뽀송한 흙길, 도시의 아스팔트와는 달랐다.

탐사에 나선 지 7시간 만에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10여 분 후인 오후 3시30분쯤, 첫 탐사의 마지막 지점인 덕산마을 밀목재에 도착했다. 모두들 비로 흠뻑 젖었지만 호남의 산줄기와의 첫 만남에 행복했다.

글=호남정맥 공동탐사단

    <광주전남녹색연합·전북녹색연합·광주드림·새전북신문 2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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