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김재현 팀장

 우리나라에서 보행권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8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하게 보급된 자동차로 인해 갖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던 때였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 많은 지자체들이 보행권 확보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무늬만’ 조례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부산에서 꾸준히 보행권에 대한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힘이 컸다. 특히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98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중교통 활성화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면서 보행권 확보를 선도했다.

 보행환경 실태조사, 차없는 거리 요구, 횡단보도가 있어야 할 곳에 ‘선 긋기’, 육교 철거를 요구하는 리본 달기 등 시민들과 함께 캠페인을 벌였고 토론회도 수시로 열었다.

 2006년부터 보행권 확보 실무를 맡아온 김재현(34) 팀장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자동차 중심으로 도로만 넓히는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이렇다 보니 자가용은 늘어나고 대중교통 이용은 불편해졌다. 자동차가 늘어나니까 도로를 더 넓혀야 하고, 걷는 사람들이 힘들어지니까 자가용을 사고 싶어하고…. 교통이 계속 막히는 구조다. 이 구조를 바뀌기 위해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걷기 편한 도시를 만들어야 했다.”

 꾸준한 캠페인은 사람들 스스로 안전하고 편하게 걷는 게 ‘권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사람이 이동하는 것은 기본권이고 행복추구권인데 차가 오면 일단 비껴준다는 인식이 강했다. 자동차 위주의 도시가 그렇게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교를 철거하고, 걷기 편한 공간들이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육교 철거, 보도 확보, 스쿨존 정비, 대중교통 활성화 등 부산시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김 팀장은 “큰 틀에서의 사업 방향에 대해 동의한다”라고 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를 비롯한 지역 단체들이 보행권 확보 ‘요구’에서 ‘감시 체제’로 전환한 이유다.

 그래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공간의 특성에 맞는 보행권 확보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도시 디자인 측면이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첫번째 디자인이 보행권 확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육교 철거하고 보도 만들면 되겠지’ 하는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도시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사업들이 추진돼야 한다. 또한 천편일률적인 사업 진행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 있고 문화적인 길은 보존하는 방식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민관협력체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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