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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속도’ 밀어내는 개발에 호남정맥 신음
[호남정맥대탐사]<4> 오계치~신광재
이용규
: 2009-08-10 07:00:00
진안 백운면 노촌리 일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산줄기들.

 턱까지 차오른 마른 숨을 내쉬는 소리가 이른 아침 산속의 정적을 깬다. 짙은 안개가 채 걷히기도 전에 10여 명의 탐사대원이 가파른 능선을 따라 오른다. 1일 호남정맥 대탐사 네번째 여정은 이처럼 험한 산세와 함께 시작됐다. 섬진강 발원지 능선인 오계치에서 출발해 삿갓봉(1134m), 덕태산(1113m) 자락, 성수산(1059.7m)에 이르는 게 이날의 탐사구간이다. 13㎞가 넘는 여정이다. 오계치는 장수군 천천면 장판리와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의 경계다.

 오계치 헬기장을 출발해 다다른 산중턱의 팔각정은 자욱한 안개로 운치가 넘쳤다. 팔각정에 앉으면 선각산과 떡하니 버티고 있는 삿갓봉까지 바라볼 수 있다. 뱀처럼 구불구불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자락에 난 길 사이로는 공사가 한창이다. 선각산 자연휴양림 조성사업이다.

 일행 중 한 명이 팔각정 주변에 피어난 꽃을 가리킨다. 입술 모양의 보랏빛 꽃 사이로 밥알 모양의 꽃술이 나와 있다. `며느리밥풀꽃’이다. 갓 시집간 새댁이 밥알을 물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며느리밥풀꽃이다. 아주 옛날 가난한 시집살이를 하던 며느리가 시어머니 몰래 밥을 먹다가 밥이 목에 걸려 죽었는데 그 며느리 무덤에 핀 꽃이 바로 며느리밥풀꽃이란다.

 한 일행의 셔츠에 쓰인 `생명의 속도로 가라’는 문구가 대원들의 화제가 됐다. 누군가 “생명의 속도는 얼마일까요”하고 묻자, 바로 옆에서 “꽃이 피는 속도가 아닐까요”라고 답한다.



 대규모 고랭지 채소밭 펼쳐지고

 오전 10시가 지나서 걸음을 다시 옮겼다. 삿갓봉 자락의 능선은 쉼 없이 오르락 내리락이다. 홍두깨재에 도착했다.

 “덕태산을 옆에 낀 홍두깨재는 포근하기 그지없다. 대체로 이름에 덕(德)자가 붙은 산이 온화하고 사람들도 좋단다.” 동행한 풍수지리가의 지명풀이가 그럴 듯하다. 덕태산의 물줄기는 백운동 계곡을 흘러 백운면을 적신다. 신광재를 향해 높은 능선에 올라서자 마이산이 멀리 시야에 들어왔다. 호남정맥의 기가 뻗어 나왔다는 마이산은 다음 산행구간이다. 마이산을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탁 트인 하늘 아래 펼쳐진 광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광활한 능선 위에 녹색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고랭지 채소밭이 있는 신광재(신광치)다.

 진안군 백운면사무소에 따르면 20여 년 전부터 농민들이 도유림에 조성한 신광재 고랭지 채소밭은 13㏊에 달한다. 이중 8㏊가 무밭이며 씨감자, 인삼도 상당 부분 재배하고 있다.

 채소밭을 내려오는 길에 송신소 안테나와 같은 철제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풍력발전기 설치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풍향 계측기다. 이곳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지 바람의 세기 등을 측정하는 중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신광재 풍력발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호남정맥이 지나는 중요한 녹지 축의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날개 하나가 40~50m에 달하는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려면 그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헬기로 자재를 운반할 수 없어 산길을 개척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엄청난 녹지가 훼손된다. 일부에서는 관광수입 등 경제성을 따지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서는 경제성 또한 높지 않다는 게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중요한 녹지축의 하나인 호남정맥 줄기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한다면 녹지 축 훼손이 불가피하다”면서 “특히 호남정맥 줄기는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축이기도 해 풍력발전기 설치는 이뤄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장의 말처럼 선각산에서 오계치, 신광재에 이르는 구간에서는 삵 등 멸종 위기동물의 배설물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녹지축 훼손 불가피한 풍력발전기의 위협

 오후 1시 40분. 점심과 짧은 휴식을 마친 탐사대는 채소밭을 뒤로한 채 오후 산행을 시작했다. 출발하자마자 다시 가파른 능선이다. 크게 자란 참나무와 억새들이 산길을 덮고 있다. 20여 분 후 성수산에서 뻗어나온 자락의 정상에 올랐다. 멀리 장수읍이 손에 잡힐 듯했다. 능선을 따라 걸음을 내딛자 주변 산들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송전탑 공사라는 말도 있다. 산들은 속살을 훤히 드러낸 채 신음하고 있다. 편리와 풍요를 쫓는 인간에게 내몰려 자연은 빠른 속도로 피폐해져 간다.

 다시 산자락을 따라 내려가자 탁 트인 평지가 펼쳐진다. 화전민들이 농지를 일군 곳이다. 뙤약볕 아래 농민들은 비탈진 밭에서 가을 채소 파종을 위해 비닐작업을 하고 있다. 농민들을 뒤로한 채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한 참을 걸은 뒤 일행은 성수산(1059.7m) 정상에 올랐다. 사실상 이날 일정을 마무리한 것이다.

 하산길에 옥산동 계곡에 다다르자 중장비 소리가 귀를 때린다. 벌목된 나무를 트럭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로 참나무와 소나무들이었다. 자연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인가. 진안 옥산동에서 마무리된 일정은 오는 15일 이곳 옥산동에서 다시 시작된다.

글=새전북신문 이용규 기자

사진=새전북신문 황성은 기자


`생명의 속도’ 밀어내는 개발에 호남정맥 신음
산이 키운 장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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