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대탐사]<6>진안 강정골재~모래재

▲ 부귀산 골짜기.

 지난 5일 호남정맥 여섯번째 산행이 시작됐다. 이번 산행은 진안 읍내 입구의 강정골재를 출발해 진안 부귀산과 부귀면 메타세쿼이아 조성길을 거쳐 모래재 휴게소까지 약 16km다. 이번 산행을 마치면 호남정맥 전북구간 총 220여 km의 3분의 1가량을 지나게 되는 셈이다.

 이날 오전 8시 20분. 탐사대원 11명은 간단히 몸을 풀고 부귀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부귀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 산의 높이는 806m로 진안의 진산으로 불리운다. 진안읍을 가로질러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의 마루금(산능성길)을 이룬다. 진안 마이산과 운장산, 구봉산과 함께 용담호 서쪽에 떡하고 버티고 진을 치고 있는 형세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부귀산을 `배대기산’이라고도 한다. 이는 정상의 절벽 모양이 선착장에서 배를 걸던 모양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설명했다.

 산행 1시간 여가 지났을까. 급경사를 오르던 중 대원들은 산딸나무를 발견하고 산행을 잠시 멈췄다. 물기가 적고 약간 텁텁한 맛이 산딸기보다는 덜 달았지만 괜찮았다.

 오전 10시쯤. 산 정상까지 30여 분을 앞두고 산행길 옆으로 길게 이어진 철조망을 만났다. 철조망은 산길을 따라 수백미터 가량 이어졌다. 곳곳에서 붉은색으로 씌어진 `출입금지’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철조망은 군사시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견고했다. 1.5m 높이의 철조망을 1차적으로 세운 뒤 철조망 뒤편으로 또다시 둥근 형태의 철조망을 바닥에 깔았다. 표지판을 보니 철조망이 쳐진 곳 안쪽은 진안군산림조합이 진행하는 임산특용작물(산양삼) 집단 재배단지였다.

 한 국장은 “이렇게 길게 철조망을 쳐 놓으면 동물들이 철조망 건너편으로 어떻게 건너가겠느냐.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의 이동을 차단한 꼴이다”고 말했다.

 산행 2시간여 만인 오전 10시40분쯤 산 정상에 도착했고 탐사대원들은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오후 들어서면서 햇볕은 더욱 강렬해져 땀으로 옷이 흥건해지고 온 몸이 끈적거렸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산바람이 기분 좋게 만들었다. 걷고 쉬기를 수차례 반복, 오후 2시50분쯤 산을 벗어나 도로가 난 가죽재에 도착했다. 풍수지리가 이안구 씨는 “절개지가 너무 커 복원할 필요가 있다. 이 도로(26번 국도)가 호남정맥의 맥을 끊어놓고 있다”고 혀를 찼다.



 “절개지 복원 필요하다”

 목적지를 얼마 남겨놓지 않았지만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무더위에 물도 얼마 남지 않아 대원들은 계획을 수정해 모래재까지 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모래재 휴게소에 앞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800m 구간은 버스에서 내려 걸었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유명한 것은 익히 알았지만 진안에도 이같은 멋진 길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무를 오르고 있는 청설모.



 주화산서 정맥 갈라져

 탐사대원들은 모래재를 끝으로 탐사를 종료했지만 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과 이안구 풍수지리가, 본지 사진기자, 취재기자 등 4명은 2km를 더 걷기로 했다. 지난해 10월쯤 중지된 채 방치되고 있는 골프장 공사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골프장을 가는 길에 우리는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이 갈리는 분기점(주화산)을 들러 사진 한 컷을 찍었다. 이곳을 기점으로 두 정맥이 갈린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골프장에 도착한 우리들은 그 규모에 혀를 내둘렀다. 27홀 140여 만㎡의 부지면적이 설명해주듯 산을 깎아 벌겨벗겨 놓은 모습은 눈으로 둘러보기도 벅찰 정도다.

 오후 5시10분쯤 골프장을 내려와 탐사대원들과 합류했다. 이날 탐사는 호남정맥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호남정맥을 끊어놓은 도로, 호남정맥이란 개념을 깡그리 무시한채 정맥의 살줄기를 깎아 골프장을 짓고 있는 모습들이 바로 그것이다.

 “호남정맥 탐사를 하는 진짜 이유를 이후 산행부터 알수 있을 것이다”는 한 국장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글=새전북신문 하종진 기자

 사진=새전북신문 황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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