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국장

 광주의 자전거도로 조성사업이 여전히 보도 위에 선 긋기라며 답답해하고 있던 몇 달 전, 주민이 주도가 돼 마을자전거길을 디자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전 서구 관저 2동. 그 프로젝트의 중심에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생태도시국장이 있다.

 그는 3년 전 ‘선진자전거도시’인 네덜란드의 그로닝겐·암스테르담, 독일의 뮌스터·프라이부르크 등을 다녀왔다. 보행자와 자전거를 배려하는 도시 환경이 부러웠고, 그런 환경이 국내에서도 가능하게끔 주민들과 본격적인 작업에 나섰다.

 양 국장은 최근 지자체의 자전거에 대한 관심을 반가워하면서도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강조했다.

 “대전만 보더라도 자전거가 차도로 내려오기 시작한 게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그러나 차선 수를 그대로 두면서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차로 수를 줄이고 자동차를 억제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병행돼야 합니다.”

 이 말은 도시의 자전거 정책이 견고해져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자전거 이용이 강조되고 있긴 하지만 자동차를 위한 도로 건설 역시 그대로 진행되는 등 모순된 행정이 답습되고 있는 현실이다.

 “자전거만 봐서는 안 됩니다. 대중교통 활성화, 보행환경 개선, 자동차 억제 등 종합적인 교통체계 안에서 녹색교통, 자전거정책을 같이 고민해야 해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도 않는, 놓기 편한 곳에 전용도로 놓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진정으로 녹색교통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장기적인 비전을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는 시설도 중요하지만 정책과 주민참여를 강조했다. 관저2동 주민들과 마을자전거길 조성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친다면 그 것만큼 좋은 행정은 없습니다. 이번 관저2동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진행된다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특히 이번 사업이 모범사례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이 주민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양 국장은 행정의 역할로 △도심 상업지구에 자동차의 진입을 제한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직장과 거주지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특구 운영, △구도심 재정비 때 보행·자전거 이용을 중심에 놓는 도시계획 등을 제안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교통수단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죠. 선진국에서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자동차가 아닙니다. 자동차는 건물 뒤쪽으로 마을 바깥쪽으로 돌아가게 해놨어요. 자동차 이외의 것들이 대접받을 수 있도록 도시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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