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관저 2동 주민중심 자전거길 조성

▲ 대전 서구 관저 2동 주민들이 지난 7월 마을자전거길 조성과 관련해 주민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주체는 행정기관의 건설 부서다. 자전거도로 폭이 나올 수 있는 넓은 도로를 중심으로 개설하는 현실이다 보니 실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사는 곳의 자전거도로는 보행자 겸용인 경우가 많다.

 마을 단위로 자전거길을 디자인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인데, 실제로 주민들이 직접 자전거길을 디자인하고 있는 곳이 있다.

 대전 서구 관저 2동이다.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을 주축으로 ‘마을자전거길 조성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대전충남녹색연합이 구상하고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역본부의 후원을 받아 사업자를 공모,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이 선정됐다. 이곳 주민들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공동체 운동을 펼쳐 오고 있었던 터. 특히 도서관 어린이기자단은 동네 자전거길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구청에 진정을 하기도 했을만큼 자전거 타기에 애정이 많았다. 지자체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마을자전거길 디자인에 들어갔다. 여러 번의 워크숍과 회의, 주민 공청회, 상가 간담회가 진행했다.

 “공청회를 준비하면서 ‘마을 자전거 달인을 찾아라’ 라는 제목으로 포스터를 붙였어요. 어떤 분은 정말 자전거 잘 타는 사람을 뽑는 줄 알았나봐요. 그런데 그 분이 디자인학 박사였고 그 길로 이번 사업에 결합해 많은 도움을 줬어요.” 최순례(35)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주민들이 생각해낸 자전거길은 확실히 행정의 것과 달랐다. 관저 2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두 구간에 걸쳐 조성될 자전거도로가 그 예다. ‘당연히’ 이 길은 도로로 내려온다. 자전거 주행선·정지선·신호등을 설치하고 자전거 거치대·공용자전거에 주민이 만든 디자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어린이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도 특이점 중 하나.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해뜰도서관 진입로를 특화해 안전성과 예술성을 갖춘 자전거길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도로의 끝차선은 주차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상가 간담회를 통해 차로 수를 줄이고 자전거길을 만드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지만, 막상 공사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질지 몰라요. 그래도 안전하고 쾌적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중심이 돼 협력하며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숙경(42)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장의 설명이다.

 자전거길은 내년에 실시설계와 시공에 들어간다. 하지만 길로써 끝이 아니다. 마을 차없는 날 운영, 동네자전거센터 운영, 어린이안전교육, 주변 마을까지 이어지는 자전거길 디자인 등 주민들은 더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있다.

 모든 과정이 행정이 진행하는 사업만큼 빠르진 않다.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고 오래 가는’ 자전거마을의 가능성이 대전에서 실험되고 있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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