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자동차와 동등하게 달리다

▲ 자전거도로가 차도로 내려온 것이 일단 획기적이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충남대학교 주변에 대전에선 처음으로 만들어진 자전거전용도로를 한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각 지자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광주도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탄소은행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교통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선진국에선 기후변화 대응 뿐만 아니라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을 하기 위해 걷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이 연계될 수 있도록 도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빨리 달리는 도로 건설은 계속되고 있고, 반면 보행환경 개선이나 자전거 이용,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는 더딘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선진국을 꿈꾸며 자전거정책을 펴는 곳들이 있다. 대전광역시도 그 중 하나다. 지난 22일 자전거 도시 대전을 다녀왔다.

 

 차로 폭 줄여 전용도로 ‘절반의 성공’

 자전거는 대중교통과 연계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착한 교통수단이다. 이런 자전거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전용도로가 필수적이다.

 대전시 유성구 충남대학교 앞. 온천역 가는 방향 오른쪽 보도에 큰 조형물이 눈에 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바퀴 한 쪽에는 ‘Very Good’이라고 써 있다. 여기서부터 유성 온천역에 이르는 2km 구간은 지난해 4월 완공된 대전의 첫 자전거전용도로. 한 차선이 전용도로로 조성됐고 화단 등으로 경계가 돼 있다. 사람들이 자동차로부터 위협받지 않고 편안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도와 차도 중간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생기면서 안전에 특히 신경을 썼다. 우회전 하는 차량들이 자전거나 보행자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경고등·횡단보도가 설치됐다.

 한계는 있다. 전용도로 주행 방향이 쌍방향으로 돼 있어 자동차 주행 방향과 반대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는 것.

 대전시는 이번엔 좀 더 나은 전용도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청 북문 쪽에서 가까운 대덕대로에 그런 흔적이 있다. 8차선 도로 양 옆으로 자전거 표시가 선명하다. 이 곳은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이 많고 갑천과의 연계성이 좋은 곳. 시는 차로 폭을 기존 3m50cm에서 3m로 줄이고, 자전거전용도로를 자동차 주행 방향과 일치하도록 조성하고 있다.

 차량속도도 70km에서 60km로 조정, 자전거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전시 건설도로과 자전거시설 이종범 사무관은 “당장 차선 수를 줄일 수는 없어서 차로 폭을 줄이는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시선유도봉, 턱 등으로 전용도로 구간을 분리해 설치하고 있다”며 “점차적으로 차선을 줄이는 시도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대로, 계룡로 등 5개 구간 자전거전용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예산은 46억 원이다.










 ▲차로 폭을 줄이고 자동차 주행방향과 일치하게 

차도 양 옆에 설치되고 있는 대전 서구 대덕대로의 

자전거전용도로.

 

 아무 곳에나 반납해도 되는 시민자전거 ‘타슈’ 200대 운영

 자전거는 대전시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2007년 11월 ‘자전거도시 대전’을 선언한 바 있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만들기’가 대전시의 타이틀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시민들의 호응도 좋다. 대덕대로에서 자전거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우진(38) 씨는 “도로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생김으로써 자동차 운전자들도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는 전용도로의 불법주정차 단속이나 자전거 주행을 거꾸로 하는 것에 대한 계도 등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시설 중의 하나가 최근에 시민들에게 선보인 시민공용자전거 ‘타슈~’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녹색교통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심을 중심으로 20군데 200대의 공용자전거가 배치됐다. 특히 이 자전거는 빌려간 곳으로 다시 돌아와 반납하지 않고 타슈 시설이 있는 어느 곳에나 반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무인대여시스템으로 인한 기계 오작동 등의 미비한 점이 보완되고 공용자전거가 더 확대된다면 더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10월14일부터 21일까지 하루 평균 700대가 대여된 것으로 집계됐다.

 점심시간에 타슈를 이용한 20대의 직장인(서구 만년동)은 “1시간은 무료라서 부담도 없고 자전거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앞으로 400곳에 타슈 5000대를 운영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전시민들은 모두 자전거 보험에 가입돼 있어 좀 더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자전거 등록제도 추진

 사업이 관 주도로 진행하지 않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자전거동호인들과 함께 전용도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점검을 벌인다. 또 주민이 디자인하는 마을자전거길 조성도 진행중이다.

 대부분의 도시가 자동차 중심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한 번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생활권 단위로 전용도로를 만들고 그것이 또다른 전용도로와 이어지게 하고 공용자전거 정책을 병행하는 등 대전의 자전거 정책들은 나름 짜임새 있게 진행되고 있다.

 자전거도로가 보행자와 겸용으로 계획된 신도시 개발 계획도 차로에 전용도로를 조성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 시는 자전거 도난을 막기 위해 자전거에 고유번호를 교부하는 등록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종범 사무관은 “우리도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자전거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한 명이었다가 최근에 자전거 정책계·시설계 포함 8명으로 늘어났다”면서 “자동차 중심으로 도로를 만들어왔지만 교통혼잡비용은 전혀 감소되지 않았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중심의 녹색교통으로의 전환은 이제 대전의 주요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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