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대탐사]<8> 북치-슬치-쑥고개

▲ 호남정맥 탐사대원들이 탐사를 하고 있다.

 어느새 하늘이 높고 푸른 가을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 탐사대원들이 도착한 곳은 완주군 상관면과 임실군 관촌면의 경계인 북치.

 이번 탐사구간은 호남정맥 8번째 산행이다. 북치를 출발해 슬치, 쑥고개를 지나는 총 16km 구간이다. 지난 6월 호남정맥 첫 탐사를 시작한 이래 5개월 째에 접어들었다. 이날 구간을 마치면 호남정맥 전북 구간 200여 km의 절반가량을 마치게 된다.

 오전 8시쯤 탐사대원 10여 명은 잠시 몸을 푼 뒤 발걸음을 뗐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늘 그랬듯이 밀짚모자를 쓰고 남방을 걸쳤다. 풍수지리가 이안구 선생은 작은 배낭과 함께 지도를 한손에 들었고 이계철 군장대 교수는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에 동참했다.

 이번 산행은 해발 300∼400m 높이의 완만한 산줄기를 타는 것이어서 그리 힘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한 국장의 말이 위안으로 다가왔다. 발걸음을 옮긴 지 얼마되지 않아 대원들은 울타리가 둘러처진 인삼밭을 만났다.



 산 파고든 경작지와 무덤

 이번 산행에선 경작지와 무덤을 자주 목격했다. 지금까지 산행에서 본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승우 국장은 “좋게 보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호남정맥 등산부까지 경작지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좀 아쉽다”고 말했다.

 정오가 가까워지고 탐사대원들은 슬치에 다다랐다. 슬치고개는 임실 관촌에서 완주 상관으로 넘어오는 고개로 옛날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 남원에서 임실을 거쳐 전주로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한 곳이다.

 슬치로 내려오자 빽빽이 들어선 모텔이 눈에 들어왔다. 이안구 씨는 한 모텔을 가리키더니 “호남정맥 줄기가 정확히 저 모텔을 가로질러 저쪽으로 지나간다. 맥이 지나가는 곳으로 17번 국도가 났지만 이곳은 맥이 끊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한승우 국장도 한 마디 보탠다. 그는 “경관적으로 호남정맥을 지나는 구간에 모텔이 즐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씁쓸해 했다.

 정오께 슬치에서 점심을 해결한 대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산행을 이어갔다. 슬치마을을 지나 대원들은 완만한 산줄기를 걸었다.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고, 사방이 확 트인 곳이 나오면 어김없이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어떤 산인지 설명하기 분주했다.

 











 ▲슬치마을을 지나 쑥고개로 향하고 있는 탐사대원들.



 탐사기간 세 번째 맞닥뜨린 골프장

 오후 2시쯤 도로 위를 지나는 생태통로를 지났다. 도로 옆 벽면을 급경사로 깎아내린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한 국장은 “이곳은 터널 형태로 뚫었어야 했는데 과도한 절개로 보기에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대원들은 전주CC 골프장을 먼 발치에서 바라봤다. 진안 부귀면 송정 써미트 골프장과 만덕산 밑자락에 위치한 OK골프장에 이어 호남정맥 탐사 구간에서 맞닥뜨린 세 번째 골프장이다.

 골프장을 짓는 사람들이나 골프장 허가를 내준 관 모두 이곳이 호남정맥 경관을 헤치고 있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어쩌면 호남정맥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후 3시50분쯤 대원들은 군부대에서 설치한 철조망을 지나 탐사 막바지에 이르렀다. 앞으로 1시간 반 정도를 더 가면 산행 종착지인 쑥고개에 도착한다. 저녁 햇살이 산을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대원들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즐비한 이국적인 풍경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풍수지리연구가 이 씨는 “이 곳은 산림목장이나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마실길을 조성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대원들은 다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며 맞장구를 쳤다.

 산행 종점인 쑥고개 완주군 내애리 마을. 가을 정취가 한껏 느껴지는 내애리 마을은 가끔씩 노인들만 보일 뿐 조용했다. 대원들 모두 긴 산행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종착지에 도착하자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다음 산행은 쑥고개에서 경각산을 지나 완주 영암부락재까지 14km 구간이다.

글=새전북신문 하종진 기자

사진=새전북신문 황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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