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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도랑샛강] 골골마다 흐르던 물길 말라가고, 사라지고
<6> 용산천
조선 sun@gjdream.com
: 2009-11-24 07:00:00
제석산 `산적골’을 타고 흘러온 용산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용산 도시개발사업으로 이 천은 콘크리트 수로로 바뀌게 된다.

 광주천 상류는 양쪽으로 지류하천들이 있다. 동구와 남구에 걸쳐 무등산 능선들이 늘어서 있고 그 골골에서 물줄기가 발원한다. 용추계곡과 내지천이 화순에 가까운 쪽이라면 용산천과 소태천은 도심 안쪽으로 흐르는 천이다. 동구 용산동 용산교를 기준으로 광주천 좌안 쪽으로 용산천이, 하류 우안 쪽으로는 소태천이 흐른다.

 용산천은 남구 제석산으로 이어지는 분적산에서 발원한다. 분적산의 작은 봉우리 ‘쥐봉’의 골짜기를 타고 흘러온 물은 화산제에 담긴다. 화산제가 탐사의 시작지다. 용산교에서 화산로를 타고 산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화산제를 만날 수 있다. 화산제 가는 길은 미로 같다. 화산제 주변으로 제2순환도로가 개설되면서 길이 많이 달라진 것. 화산제 주변은 원래 계단식 논들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흙을 쌓아 올리면서 논들은 사라졌고, 물길 또한 달라졌다.

 

 마을의 놀이터였던 천

 화산제에서 흘러나온 물길을 따라간다. 자연적인 물길이 아닌 도로를 만들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 천이라기 보다는 수로다.

 용산천 주변에는 자연마을이 있다. 꽃뫼마을. 화산제에 가까운 마을은 음지마을이고, 더 아래쪽 마을은 양지마을이다. 햇볕이 빨리 찾아드는 양지마을과 그보다는 덜한 곳이 음지마을. 마을 지명에 자연이 담겨 있다. 음지마을 입구에서 또다른 물줄기가 내려온다. 분적산 골짜기를 타고 온 물이다. 그러나 이 천도 마을 쪽은 대부분 복개됐다. 80년대 후반이었다.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고 자동차 이용이 늘어나면서 시작된 일이다. 편리함도 얻었지만 잃어버린 것도 많다.

 이 마을은 현재 물줄기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광주전남녹색연합 박경희 활동가가 살고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하천 쪽으로 감나무들이 드리워져 있었어요. 물에 감나무 꽃이나 열매가 많이 떨어져 있던 것이 기억나요. 하천 중간에 빨래터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 빨래하고, 아이들은 감꽃으로 목걸이 만들어서 놀고, 비가 좀 오면 거기서 물놀이도 하고, 날 더우면 모여 앉아서 쉬기도 하구요. 원래 이렇듯 사람이 모이는 곳이 천이었는데…. 지금은 사라져서 안타까워요.”


 ▲차수벽이 설치돼 용산천의 물(왼쪽)이 광주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아파트 개발로 사라지는 습지 ‘논’

 양지마을과 음지마을은 한 마을이나 다름없었지만 순환도로가 생기면서 마을은 갈라져 버렸다. 그래도 물길은 이어진다. 순환도로 옆 마을 도로를 따라 천이 흐른다. 천 주변은 대부분 논이다. 물줄기가 하나 더 있다. 제석산 능선 ‘산적골’에서 내려온다. 자연마을과 논들이 펼쳐진 곳은 오염원이 적다. 때문에 이쪽 약수터 물은 고개 너머 봉선동 주민들도 떠다먹을 만큼 인기가 있다. 마정실(65·남구 봉선동) 씨는 “제석산 넘어 한 30년 이 길을 다녔다. 이 쪽이 ‘물통골’이라고 약숫물이 좋아 지금도 물 받으러 일주일에 한번씩은 온다”고 했다.

 도시 안의 작은 농촌, 그리고 살아 있는 물. 그러나 이 모습도 올해로 마지막이다. 토지주택공사가 진행하는 도시개발사업으로 2000여 세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착공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왔다. 논은 물을 저장해주는 좋은 습지지만, 각종 개발로 사라지고 포장된다. 용산천도 같은 운명이다. 개발이 진행되면 현재 있는 자연물길은 대부분 복개되고, 약수터 옆 물길은 콘크리트 수로로 바뀔 예정이다. 약수터 물도 명성을 잃을 것이다.

 용산초등학교 주변은 전부 복개돼 있어 물을 확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옛날 천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물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사시사철 흘렀어. 용산교 오른쪽이 빨래터였고 왼쪽에는 학동주조장이 있었지. 물이 좋아서 그 물로 막걸리를 만들었어. 냇가에는 붕어, 미꾸라지, 토하가 겁났어. 채로 떠서 잡고, 다라이로 잡고. 이 주변이 다 논이었어. 그런데 아파트 들어서면서 지하수가 말라버렸지.” 이영일(69) 씨 기억 속에 남아 있는 30년 전 용산천과 광주천의 모습이다.

 복개도로 끝에서 용산천은 광주천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동안 물은 오수와 함께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지금은 맑은 물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차수벽이 만들어져서 광주천으로 유입된다.

 그러나 걱정이다. 상류에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지금만큼의 수량과 수질로 흐를 수 있을까? 광주천의 유지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선 상류 주변의 논과 작은 도랑들을 보존하는 것이 더 지속가능한 해법이라는 지적이지만, 용산천은 그런 희망의 조건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버렸다.

 글·사진 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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