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줄기는 물을 나누고 물줄기를 중심으로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고 문화를 형성한다. 호남지역의 중심을 관통하는 호남정맥은 알게 모르게 호남지역 백성들의 삶과 문화를 형성하고 문화권을 나눈다. 호남정맥을 경계로 동쪽의 섬진강 유역은 호남정맥과 백두대간으로 둘러싸인 산악지형으로 고도가 높은 반면, 서쪽의 만경·동진·영산강 유역은 고도가 낮고 평야지대로 두 지역의 농경문화와 생활양식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형과 기후의 차이와 지리적 장벽으로 문화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농악은 오랜 옛날부터 힘든 농사일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하였으며 특히 두레에 의한 공동노동을 할 때에는 일하는 사람의 힘든 고통을 신명으로 풀어주고 일정한 리듬을 통해 작업의 능률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학자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농악을 지역별로 크게 웃다리농악(경기, 충청, 강원영서), 영동농악(강원, 함경, 경북 동해안), 영남농악(경북, 경남), 호남좌도농악, 호남우도농악으로 분류한다.

 호남좌도농악의 특징은 모든 치배들이 상모(전립)를 쓰는 경우가 많고 상쇠는 부들상모(개꼬리상모)를 쓰는 것이 전라우도와 차이점이다. 본래 치복이 간소하여 평상복 또는 흰 바지와 저고리만을 입다가 얼마 전부터 치복이 발달하였다. 쇠와 장구가 중요시되며, 가락은 빠르고 투박하면서 힘이 있다. 가락이 빠른 만큼 치배들의 동작도 빠르고 단체놀이에 치중하며, 웃놀음이 발달하였다. 특히 상쇠와 부쇠가 가락을 주고받은 쇠놀이가 발달하였다.

 이에 비해 전라우도농악은 쇠치배를 제외한 치배들이 고깔을 쓰며 치복이 매우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가락은 장구가 중요시 되며, 주로 느린 가락이 많으나 빠른 가락도 곁들어 있어 비교적 가락이 다채롭고 장구 개인놀이가 발달하였다. 또한 몸짓은 윗놀이에 치중하지 않고, 발림(발짓)을 중시하는 아랫놀이가 발달하였다.

 호남좌도와 우도농악에 대한 특징과 차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일치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좌도와 우도의 지리경계에 대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산경도에 의한 산줄기의 위치와 흐름은 명확하며 산경도를 인식하고 있다면 지역 분류도 명쾌해진다. 동부산악지역의 호남좌도 농악과 우도농악의 경계와 호남정맥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다면 우리들은 뭔가에 뒷통수를 맞은 느낌일 것이다. 바로 호남정맥을 경계로 동쪽지역이 위로부터 진안·장수·임실·남원·순창·곡성·구례·화순·광양·보성·여수지역이다. 또한 금산은 호남정맥이 모래재의 주화산에서 분기하여 이어진 금남정맥의 위쪽 지역이다. 이러한 산줄기 개념인 산경도를 알았다면 호남좌도와 우도는 물론 웃다리농악, 영동농악, 영남농악 등에 대한 지역적 분류가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부터 체계화된 산맥도에 의해 우리의 농악과 문화는 지역적으로 분류하기가 대단히 어려웠고 뒤죽박죽 되었던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고유한 산줄기 개념인 산경도에 따라 백두대간, 호남정맥, 한남정맥, 금남정맥, 낙동정맥 등으로 지역을 분류하면 우리의 농악과 문화의 분류가 훨씬 쉽고 간명하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 교통의 발달로 문화가 많이 섞이고 표준화되어 지역적 분류가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문화의 변천과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나라에 대한 정확한 지리인식과 지역차이에 대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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