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증심사천

▲ 증심교 아래 구간은 개수공사로 최근 제방이 다시 축조됐다. 이 일대는 `증심사지구 자연환경복원사업’으로 상가단지와 주자창들이 들어섰는데 천 주변의 개발이 예전보다 더 많이 진행된 셈이다. 때문에 하천은 높은 제방에 갇혀 흐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소태천과 용산천을 지나 원지교에 이르면 오른쪽 증심사에서 내려온 증심사천이 합류한다. 광주천 자연형하천정화사업으로 광주천 본류 구간, 특히 원지교에서부터 양동복개도로까지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증심사천, 동계천, 서방천, 용봉천 등 앞으로의 탐사 구간들은 도심의 성장으로 인해 천이 바뀌어지는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류는 계곡하천

 증심사천(5.85km)은 광주천의 지류하천 중 유일하게 복개구간이 없는 곳이다. 동구 운림동 무등산 새인봉(608m)과 중머리재 북서쪽 골짜기인 신림골에서 발원해, 증심사쪽에서 내린 물과 합류한다. 이 주변은 `계곡하천’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등산객이 많아지고 등산로가 생기면서 예전의 물길과 달라진 부분이 있지만 사람의 손을 크게 타지 않은 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천은 주로 바위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고 물봉선·수크령·차나무·입술망초 등의 식물, 강도래류·날도래류·엽새우·다슬기 등 깨끗한 물에서 사는 저서생물, 1급수 어종인 버들치, 무당개구리 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증심교 아래 구간부터는 최근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 쪽은 무등산을 탐방할 수 있는 등산로가 가장 많은 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찾는다. 1972년 공원으로 지정될 때부터 계곡 구석구석에 상가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면서 미관뿐만 아니라 상가에서 흐르는 오폐수로 인한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2007년 기존 상가들을 이전시키는 `증심사지구 자연환경복원사업’이 진행됐고, 현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와 함께 증심사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도 진행됐다. 증심교부터 원지교까지 하천 제방을 다시 쌓고 홍림교 아래 구간을 준설하는 공사다.

 음식점들의 오폐수 문제는 90년대 후반부터 오수처리시설이 만들어져 해결됐고, 또 이번의 자연환경복원사업으로 무분별하게 들어섰던 건축물들이 어느 정도 정비된 게 사실이다.

 

 상가·주차장 등 하천 주변으론 각종 토지이용

 그러나 “하천의 자연성이 많이 훼손됐다”는 게 그간 증심사천을 봐온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천이 물을 안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제방이 거의 90도로 쌓여졌고 직강화됐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김춘희 팀장의 설명이다.

 자연환경복원사업과 개수공사가 진행됐지만 행정이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다. 밀집한 상가단지가 생기면서 하천은 그 사이에 낀 듯한 모습이 됐다. 하천 주변 땅을 이용하게 되면서 제방은 더 인위적으로 튼튼하게 쌓여질 수밖에 없었을 터.

 광주시 종합건설관리본부 담당자는 “제방이 90도로 보이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하천 폭이 줄어들었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하천 폭을 좀 더 키우고 싶어도 주변에 다 단지들이 들어설 자리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환경복원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주차장이 기존 273개 면에서 448개 면으로 확장되는 등 천 주변에는 불투수 면적이 더 많이 늘어났다. 이런 사업들이 진정 환경복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될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각종 상가단지, 주차장 등을 옆에 두고 조용히 보이지 않게 흘렀던 증심사천은 학운초교 쪽에서 동산골에서 내려온 물을 만나 산 옆을 타고 흐른다.

 천 좌안 쪽은 무등산 산줄기들이 이어지는 곳으로 그나마 자연하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도 잠시. 천 바로 옆으로 거대한 아파트가 최근에 들어섰다. 바람길을 막고, 불투수층을 만들어내는 개발을 천 바로 옆에 내줄 수 있는 것인지. 무등산뿐만 아니라 무등산이 만들어낸 물줄기를 지키는 것에 대한 관심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펌핑하면 뭐하나

 증심사천은 제2순환도로 밑으로 해서 학동금호베스트빌 앞쪽을 돌아 홍림교를 지난다. 학동금호베스트빌에서는 또다른 물줄기가 있다. 자연물줄기가 아닌 인공적인 물줄기, 펌핑수다. 고도처리한 물(2급수)이라고는 하지만, 원래 천의 수질(1급수)보다 좋지 않은 물로 하루 2만 톤의 물이 펌핑되고 있다.

 “예전에는 물이 솔찬히 많이 내려왔다. 그래서 빨래도 하고 그랬는데 아파트가 하나둘 들어오면서부터 하천이 말라갔다. 여름에 비가 와야 물이 좀 흐르지, 물이 없다.”

 이곳에서 20여 년 살았다는 형모(56) 씨의 설명이다.

 하천유지수량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펌핑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불투수 면적을 줄일 수 있는지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쪽 또한 증심사천 개수공사로 제방, 호안이 보강됐다.

 일전에는 하천 바닥이 말라 있으면 작은 자갈 등이 주로 보였는데 지금은 둔치 쪽에 돌들이 쌓여 있다. 그런데 곳곳에 콘크리트를 바른 흔적들이 보였다.

 “지난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일부 돌들이 쓸려 갔었거든. 안 쓸려 가게 한다고 콘크리트를 발랐지. 예전 하천보다 덜 삭막한데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지켜봐야겄어.”

 홍림교 지나 수정맨션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의 설명이다.

 천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살면서 물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천에 손을 대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다. 그러나 증심사천 중류 쪽의 또다른 이용과 개발로, 물길을 제한된 공간으로만 흐르게 하려고 손을 더 많이 대고 있고, 그 물은 높은 제방 안에 갇힌 채 흐르다 원지교 지나 광주천에 합류한다. 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물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지혜를 찾기에 광주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글·사진=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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