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광주천 본류 원지교~두물머리

▲ 폭우로 쓸려갔던 분수대는 그대로 같은 자리에 다시 설치됐다.

 무등산, 그리고 무등산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산줄기에서 발원한 물들이 모이는 곳 광주천. 용추폭포에서 발원한 광주천이 내지천과 용산천, 소태천과 만난 후 원지교에서 증심사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증심사천까지 만나고 나면 그때부터 광주천 물줄기는 본격적으로 도심을 흐르게 된다.

 예전 사람들은 물이 있는 곳에서 함께 빨래도 했고, 목욕도 했다. 물은 깨끗했다. 상수도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하천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큰 자연임에 틀림없었다. 광주천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물이 더러워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광주천 복원에 대한 방향이 인간 중심으로 이뤄진 탓도 크다. 물론 각종 하수들이 광주천으로 들어왔던 60·70년대보다 수질이 나아졌다. 하지만 자연형하천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광주천에서 자연형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이용 중심에 맞춘 인공하천

 원지교 바로 옆에는 큰 벽천이 있는데, 이 곳에서 고도처리수가 방류되고 있다. 자연형하천정화사업의 하나로 하천유지용수를 늘리기 위한 자구책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광주천의 수량과 수질을 개선하는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광주천의 수질이 오염된 원인 중 도시개발에 따라 광주천 유역의 불투수성 면적 확대 부분이 크다. 이로 인해 유지용수가 부족하고 큰 물이 질 때마다 하천으로 생활하수가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오수와 우수관을 분리하는 작업은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광주천 유역의 불투수성 면적을 줄이려는 노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원지교에서 광주천 둔치를 따라 하류 쪽으로 내려가본다. 하천 안쪽에서만이라도 불투수성 면적을 줄이고 하천을 자연에 가깝게 복원시키는 노력이 있어야했지만 광주천은 그러지 못했다.

 자전거도로·의자 등이 놓여 있고, 보도블록이 깔려 있는 공간은 사람들의 ‘이용’에 중점을 둔 흔적이다. 하천 양쪽 둔치가 모두 이런 상태. 포장면적은 물을 받아안지도, 잡아두지도 못한다. 이와 더불어 중앙대교 주변은 아예 둔치가 모두 포장돼 있고, 분수대·음향시설 등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 있다.

 이런 시설들은 지난 여름 폭우 때 광주천이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게 만든 주범이 됐다. 반듯한 포장이 물살을 강하게 해서 오히려 그 주변의 피해를 키웠고, 낙차공 등 인위적인 시설물 주변의 둔치들은 어김없이 허물어졌다. 분수대는 떠내려갔고, 음향시설·계단 등은 강한 물살에 휘어졌다. 한 대학 환경공학과 교수는 “과도하게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사업비도 훨씬 적게 들었을 테고 피해도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본래의 자연스런 물길을 고려하지 않고 물길을 직강화한데다 각종 시설물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 당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후 5개월. 피해 복구엔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위기를 기회로 삼자, 폭우로 인한 광주천 피해의 원인을 분석하고 복구하자고 했는데 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허물어진 둔치, 포장공간 등은 콘크리트로 더 강하게 고정됐고, 분수대·음향시설도 그대로 설치됐다. 예전보다 콘크리트 포장이 더 늘어난 상황이다. 너무나 인공적인 모습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김춘희 팀장의 지적이다.

 

 복개도로 아래 천 언제쯤 볕 볼까?

 양동복개도로 아래의 상황은 광주천 본류 구간 중에서 상태가 가장 안 좋은 곳이다. 도로 아래 수많은 교각으로 물의 흐름이 정체되고, 햇볕도 아예 들지 않는다. 게다가 하천 우안 광주천 유입 직전, 동계천 물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지고 있는데 큰 비가 오면 하수가 역류해 광주천으로 들어온다.

 광주천의 복원 사업에서 논란 중 하나가 복개상가 철거 부분이다.

 천변을 복개해서 만든 양동복개상가가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1975년. 30년 넘게 양동복개상가 아래 광주천은 400여 m의 암흑 속에 정체됐다가 흘러가고 있다. 물론 광주시 또한 광주천의 복원을 위해 양동복개상가를 철거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상인들의 생존권과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양동복개상가를 지나서는 둔치 주변에 시설물이 덜하고 포장면도 덜하다. 둔치에서 억새도 볼 수 있다. 또 일부 구간이지만 광주천 안쪽으로 확장한 도로 교각이 없고, 하천 폭도 넓어져 훨씬 넓게 시야가 확보된다. 하천 우안 쪽은 보행자·자전거 겸용도로도 제방 쪽에 가까워 있고 폭도 그다지 넓지 않다.

 광주는 광주천을 밑천 삼아 일어선 곳이다. 천이 있는 곳에서 어김없이 사람들은 만났고, 교류했고, 물물교환도 이뤄졌다. 광주천이 예전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자연하천의 모습을 갖추는 것은 문화도시 광주를 위한 선결과제이다.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전문가들은 광주천을 살릴 수 있는 많은 제안들을 했다.

 광주천의 근원은 무등산이지만 무등산은 계곡의 경사가 심하고, 지질이 안산암인 탓에 물의 초기 유출률이 높다. 그간 광주천의 유지용수를 확보해줬던 것은 광주천 유역의 논·밭 등 투수층이었다. 광주천 구도심 주변으로 많은 재개발 예정구역들이 있다. 불투수층을 더 높이는 아파트만 우뚝 개발할 것이 아니라 ‘치수·환경·녹지·도시 재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광주천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절실하다.

글·사진=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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