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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골골에 흰 눈 쌓이고
[호남정맥대탐사] <13> 구절재-사적골재-굴재-고당산-개운치
하종진
: 2010-01-18 07:00:00
탐사가 겨울에 접어들면서 눈속 탐사가 종종 진행되고 있다.

 호남정맥 13번째 탐사는 정읍 구절재를 출발해 사적골재, 굴재, 고당산, 개운치를 지나는 11km 구간이다.

 이날 정읍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6.3도. 윗옷 3개를 껴입고 그 위에 점퍼를 입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발도 문제였다. 정읍은 밤새 눈이 내린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8시20분쯤 탐사대원 8명은 정읍 구절재에 도착했다. 눈은 계속 바람에 흩날렸지만 우려했던 것만큼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와 산내면 능교리 사이에 있는 구절재는 동쪽으로 왕자산∼소리개재∼성옥산∼여우치∼묵방산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 사적골재∼노적봉∼굴재∼고당산∼개운치로 뻗는다.

 

 구절재 고갯길은 조선 후기 닦이고

 구절재 고갯길은 조선 후기 자선가로 알려진 ‘모은(호) 박잉걸’이란 사람이 닦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박잉걸은 1745년(영조21) 이 고갯길을 냈고 이듬해 봄에는 굴치의 잿길을 닦았다. 그는 정유재란 때 불탔던 인근 석탄사(石灘寺)를 중건하고 남근석(男根石 전라북도민속자료 제13호)을 세우기도 했다.

 세상이 모두 하얀 눈으로 덮였다. 지금까지 수차례 호남정맥을 지났지만, 숲속 눈길을 걷는 기분은 그 전과는 사뭇 다르다. 눈밭을 걸을 때마다 귓전으로 들려오는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듣기 좋다.

 산행 1시간이 지난 오전 9시30분쯤.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완만한 능선을 한참을 걸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눈이 신발 안으로 계속 들어와 양발 윗부분은 점차 젖어 들었다. 미끄러져 내려가는 속도를 줄이려 한 대원이 사람 팔뚝만한 나무를 낚아채는 순간 나뭇잎 위에 쌓였던 눈들이 우르르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전 10시30분쯤 도착한 사적골재는 달력에서 나올만한 멋진 풍경을 연출했다. 새하얀 눈이 산과 들을 뒤덮고 저 아래 장작이 쌓인 가정집이 눈에 들어왔다. 대원들은 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했다.

 사적골재를 출발한 대원들은 완만한 오르막길을 또다시 한참 걸었다. 굽어진 길옆으로 높다란 나무들이 즐비했고, 그 위에 수북이 쌓인 눈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했다. 저 멀리 눈덮인 산들도 한눈에 들어왔다.

 오전 11시쯤 석탄사(石灘寺)에 도착했다. 정읍시 칠보면 반곡리 사자산에 있는 사찰이다. 대한불교심우회에 소속된 이 사찰은 신라 선덕여왕 때 의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지만 당시 이 지역은 백제의 땅이어서 신빙성은 떨어진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스님, 왜 이름이 석탄사인가요?”

 석탄사에서 만난 비구니 스님은 “돌 ‘석’에 여울 ‘탄‘을 쓴다. 이 아래 석탄마을이 있다”며 “사찰 왼쪽에 ‘무제등’이라는 언덕이 있는데 이곳은 옛날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고 설명했다.

 

 마을 이름에 지리와 형세가 고스란히

 석탄사를 떠난 대원들은 완만한 능선을 걸었다. 조그만 언덕길도 눈 때문에 계속 발이 미끄러졌다. 평상시 산행보다 배는 힘든 듯했다. 정오를 갓 넘긴 시각. 눈과 나뭇잎을 걷어내고 대원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오후 1시30분쯤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복분자 밭을 만났다. 밭 앞쪽으로는 오룡마을이 눈에 들어왔고 마을 앞으로는 고당산(639.7m)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굴재다. 대원들은 눈 덮인 복분자밭을 지나 고당산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굴재에 있는 이 오룡마을은 ‘다섯마리의 용’이란 뜻을 지녔다. 이안구 선생은 “마을 가운데 둥그런 언덕(여의주)을 중심으로 집들이 둘러싸여 있고, 용머리를 닮은 산자락 5개가 이 여의주를 얻기 위해 사방에서 돌진하는 형세”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봐도 그 모양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40여 분 뒤 고당산 중턱에서 바라본 오룡마을은 영락없이 이 선생이 말한대로였다. “옛 선조들이 지은 마을 이름 하나하나에 지리와 형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이 선생의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칠보산으로도 불리는 고당산을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진 않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에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쉼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정확히 굴재에서 1시간을 걸어 고당산 정상에 도착했다. 산행 종점인 개운치까지는 1.7km.

 내리막길은 속도를 냈다. 눈 덮인 산행을 수시간 하다 보니, 처음만큼 내리막이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후 3시20분쯤 개운치에 도착한 대원들을 버스가 반갑게 맞이했다. 개운치 도로 안내판에는 순창군 쌍치면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루 종일 눈발을 맞으며 걸은 탓인지 버스를 타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창 버스가 달리던 중. 이안구 선생이 “다음 오를 산이 저기지?”라며 눈 덮인 높다란 산을 가리킨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다음 산행은 개운치를 출발해 두들재, 435봉, 추령을 지나는 비교적 짧은 8km 구간이다.

  글=새전북신문 하종진 기자

 사진=새전북신문 황성은 기자

<광주전남녹색연합·전북녹색연합·광주드림·새전북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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