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천

▲ 용봉천 상류 지역의 물들은 복개되지 않고 살아 흐른다. 뒤편으로 일곡지구 아파트들이 보인다.

 서방천과 함께 북구 지역을 적시던 물길이 있었다. 용봉천(8.61km)이다. 용봉천의 시작은 북구 일곡지구. 일곡지구는 한새봉·삼각산 등 북구 녹지축 안쪽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는 택지지구다. 택지지구로 개발되기 전에는 물길과 논밭을 따라 작은 마을들이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대규모 택지 개발이 진행되면서 물길은 복개(1996년 준공)됐고, 논밭은 아파트와 도로로 바뀌었다.

 용봉천의 발원은 북구 일곡동 일곡저수지 윗골이다. 우치공원으로 넘어가는 우치로 오른편에 북구대대 예비군 훈련장이 있는데, 그 곳이 발원지다.

 지금은 저수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예비군 집합장소로 쓰려고 저수지는 매립이 됐고 산허리를 따라 작은 물길만이 살아 있을 뿐이다.

 일곡지구의 양 끝쪽인 일곡로와 우치로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외곽 녹지축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물길을 보려면 이 도로 바깥쪽에 눈을 돌려야 한다. 안쪽의 물길들은 복개돼 보이지 않지만 그나마 바깥쪽은 물길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일곡제 맞은편 살레시오고 쪽에도 물길이 있다. 학교 기숙사 뒤편 한새봉에서 흘러나온 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그러나 기숙사 뒤편을 흐르던 물은 이내 아파트 단지 사이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일곡제와 살레시오고 쪽에서 내려온 물은 벽산·대림·현대·청솔 아파트 뒤편을 흐르다 또 하나의 물줄기와 만난다. 월산마을을 지나온 물이다.

 

 월산마을과 작은 도랑

 우치로 오른편 양지병원 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도랑이 아직 남아 있다. 삼각산 자락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이 월산마을 앞을 지나는 것이다. 도랑과 자연마을…. 이 곳에서나마 예전 일곡지구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물이 얼마나 좋았던가 가을에는 김치거리도 다 여기서 씻었어. 손 호호 불어가면서…. 근데 마을 주변으로 건물들이 들어오면서 물이 오염돼 버렸고, 복개하니까 하천이 하수구가 돼 버려서 안 좋은 냄새도 나고 그래.”

 ‘이곳에서 40년 째 살고 있다’는 이순연(77) 씨의 설명이다.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조만간 또 변화를 겪게 된다. 마을 뒷산 쪽으로 북구 각화동에 있는 광주교정시설이 이전해 오는 것. 때문에 지난해부터 그쪽에 땅을 갖고 있던 이들은 농사를 짓지 못했다. 택지개발로 인해 섬처럼 남게 됐던 마을은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월산마을 앞을 흐르던 물길은 이내 우치로 밑으로 흘러 보이지 않는다. 용봉천의 물길들은 이렇게 상류 일부 지역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물길까지는 아니지만 물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삼각초교 지나 삼일아파트 쪽으로 가다 보면 텃밭이 쭉 이어지고 군데군데 다리의 흔적들이 보인다. 1984년 6월에 다리가 준공됐다는 글도 적혀 있다.

 주로 복개가 된 곳들은 도로나 주차장으로 이용되기 마련인데, 이 곳은 특이하게도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다. 점용허가를 받아 복개된 콘크리트 위에 주민들이 텃밭을 일구는 것. 일곡지구는 오수와 우수가 분리돼 있는 분류식관거로 돼 있는데 일동초교 주변 자연마을과 월산마을, 삼일아파트 쪽은 합류식관거로 돼 있다. 향후 분류식 사업이 진행되면 복개돼 있는 하천을 살릴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복개 알리는 표지석만이 덩그렇게

 일곡지구 왼편 즉 삼각동 쪽에만 물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동초교 주변 자연마을에도 논밭과 함께 작은 도랑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보이지 않고 일곡로로 우수와 오수들이 모이고 일곡지구 곳곳에서 흐르고 모였던 물들은 최종적으로 삼각그린아파트 앞쪽에서 모인다. 이후 지금은 차들이 씽씽 지나는 일곡로를 타고 흐르다 북구경찰서 부근에서 매곡동·오치동 물길이 합류한다.

 이후 용봉천은 비엔날레로(용봉지구)를 따라 흐르다 전남대학교 농대 앞 삼거리에서 서방천과 만난 후 신안교 아래서 하수들은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진다. 신안교 인근 한 보도 위에서 예전에 이 곳이 물길이었음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남아 있을 뿐이다.

글·사진=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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