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대탐사]<15> 추령~신선봉~곡두재

▲ 내장산 최고봉 신선봉.

 눈이 내린 지 며칠이 지났지만, 내장산은 여전히 하얀 이불을 덮고 있었다. 계속된 강추위가 주말부터 풀린다는 일기예보에 내심 안도했지만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매서운 산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ㄷ자 형의 내장산 능선을 걷는 이번 산행은 눈과 허기,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과의 싸움이었다.

 지난달 16일 오전 7시쯤 호남정맥 탐사대원 10명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1시간 가량을 달려 정읍 추령에 도착한 대원들은 호남정맥 구간 중 유일한 국립공원인 내장산에 첫발을 내딛었다. 15번째 호남정맥 산행은 추령∼내장산 장군봉∼연자봉∼신선봉∼까치봉∼순창새재∼상왕봉∼곡두재 14km 구간이다.

 

 장군봉에서 신선봉까지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됐다. 발목까지 눈이 차올랐다. 눈길에 자꾸 발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오전 9시20분쯤 산행 첫 봉우리인 장군봉(696m)에 도착했다. 내장산 남쪽 끝에 위치한 장군봉은 임진왜란 때 승병장 희묵대사가 이곳에서 승병을 이끌고 왜군과 싸웠다고 전해진다.

 한눈에 들어온 내장산맥 모습에 혀를 내둘렀지만 산봉우리 위로 구름과 하늘이 층으로 나뉘어 보이는 모습은 또 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까만 구름층은 산맥 위를 경계로 하늘과 지평선처럼 갈렸다. 마치 하늘에 바다가 있는 듯했다.

 30분가량을 걸었을까. 내장산 산행 두 번째 봉우리인 연자봉에 도착했다.

 연자봉은 풍수지리상 서래봉 아래에 위치한 벽련암을 연소(제비의 보금자리)라 부르는데, 이 봉우리와 벽련암이 서로 마주보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연자봉 아래 내장사 대웅전 앞에서 연자봉을 바라보면서 글을 쓰면 좋은 문장이 나오며 일류 명사로서 입신출세 한다는 전설이 있다.

 오전 11시쯤. 연자봉에서 50여 분을 더 걷자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763m)에 다다랐다.

 헬기장이 있는 신선봉에 선 대원들은 서래봉과 불출봉, 까치봉, 연자봉, 장군봉을 한눈에 바라보며 한참을 감상했다. 구름에 가려 저 멀리 모악산 꼭대기만 어렴풋이 보였다. 마치 작은 섬 하나가 하늘에 떠있는 장관을 연출했다.

 내장산탐방지원센터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해 연자봉 전망대에 오른 후 1.1km를 등반하거나, 순창군 복흥면 대가마을에서 1.8km를 등반하는 길이 신선봉에 이르는 가장 짧은 등산로다.

 

 장성 넘어가는 순창새재

 까치봉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동진강 발원지인 ‘까치샘’이 있지만 이날 산행에선 이곳은 지나지 않았다.

순창새재까지는 2.7km. 정오를 훨씬 넘긴 오후 12시40분쯤, 순창재새를 얼마 남기지 않고 대원들은 점심을 해결했다. 오후 1시30분쯤, 대원들은 다시 힘을 내 순창새재로 향했다. 순창새재는 순창에서 전남 장성을 넘어가는 고개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전남 장성과 정읍 경계에 입암산(626m)이 나오는데, 전봉준 장군이 싸움에 패해 피신한 곳이다. 전봉준은 이 산을 떠나 내장사에서 또 하루를 묵고 순창군 쌍치면 피노리 마을에서 붙잡혔다”고 설명했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산 정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순창새재에서 1시간 20여 분을 더 걸어 상왕봉(741m)에 도착했다. 대원들은 상왕봉 정상에서 사진 한 컷을 찍고, 산행코스가 설명된 지도를 보며 종점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했다.

 상왕봉에서 얼마 가지 않아 절벽 끝에 서 있는 멋진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마치 학이 날개를 펴고 이 절벽 끝으로 내려앉는 형상이다.

 내려오는 길은 험난했다. 전남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었지만, 대원들은 호남정맥을 따라서 걸어야했기 때문에 구암사 방향으로 향했다. 눈이 수북이 쌓여 어디가 길인지 몰라 잠시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했다.

 오후 5시20분쯤, 산행 종점인 곡두재인 순창군 복흥면 봉덕리 덕흥마을에 도착했다. 지칠 대로 지친 대원들은 등산화 끈과 밑창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들을 털고 나서야 버스에 올랐다. 1시간 이상을 달려 전주에 도착하자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렸다. 다음 산행은 순창 곡두재∼대각산∼밀재 13km다.

   글=새전북신문 하종진 기자

 사진=새전북신문 황성은 기자

[광주전남녹색연합·전북녹색연합·광주드림·새전북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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