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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대학 합격’ 현수막을 떼라] <상> 무엇이 문제인가
추한 욕망 좇는 학교, 보편교육 포기
“차라리 모든 학생의 이름 걸어라”
조재호
: 2011-01-31 07:00:00
`특정학교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을 게시하지 말 것’이라는 광주시교육청의 지침에도 여전히 현수막이 내걸리는 현실이다.

 광주시교육청이 `수능 성적 및 대입 합격 결과 내용 현수막 게시 금지 협조 요청’이란 공문을 각급 학교에 내려 보낸 지 오래다.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은 상급학교에 입학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 짓는 것이고, 상급학교 합격자 중에서도 소위 명문학교 합격자를 구분함으로써 학력과 학벌을 이유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행위다’는 국가인권위 진정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쉬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학교운영위’ 명의로 현수막을 내거는 편법을 쓰는 학교도 있다.

 이에 본보는 일선학교 교사와 학생, 교육운동 활동가의 눈에 비친 학교 현수막 게시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태양의 신, 이성을 상징하는 아폴로 신의 별명은 `스민테우스’다. 스민테우스는 `쥐를 쓸어버리는 신’이다. G20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린 어느 대학 선생님은 결국 법정에 서야 한단다. 국운 운운하던 G20. 별 것 없이 끝났지 않은가? 남는 것 없는 그 행사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분명히 스민테우스신의 노여움과 함께 쥐그림이 그려진 포스터만 앙상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런데, 이 우스꽝스러운 광경은 우리가 사는 곳곳에 펼쳐져 있다.

 동네 곳곳을 차지한 학원들에는 영업 광고로서 자기학원생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진학한 학교 뿐 아니라, 심지어 토익·텝스 점수까지 상세하게 적어놓고 `고객’이름과 함께 학교를 살포시 옆에 적어둔다. 도시 미관을 찌푸리게 하는 흉측한 모습이지만, 먹고 살겠다고 하는 짓이려니 한다. 다만 `불만제로’같은 곳에서 `과연 저 광고가 허위광고가 아닌지 꼼꼼히 찾아봐주세요’ 하는 제보를 하고픈 욕구가 일기도 한다. 게으른 소시민인 나는 누군가 하겠거니 하고 지나친다.

 하지만, 학교 정문 위에 촌스럽기 그지 없는 현수막에 앙상하게 몇 명의 이름들이 적혀져 있는 모습을 본 후에는 느낌이 달라진다. 심한 역겨움이 몰려와 토가 쏟아져 나올 듯하다. 고등학교 뿐 아니라, 일부 중학교에서 발견되는 `명문고 입학 현수막’이 그 것이다.

 이 현수막을 건 분들의 욕망은 뭘까? 아마 이런 것일 게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좋은(?)학교에 갔으니 자부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우리학교로 뺑뺑이로 오게 될 여러분들, 이렇게 좋은 선배처럼 열심히 공부하세요!” 그러나, 이 욕망은 매우 추하다.

 우선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봐도 역겹다. 청소년기의 정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아름다움이 넘치는 공간이 되어야 할 학교가 동네 현수막 업체가 제작한 천조각에 이름, 혹은 공부에 찌든 학생 얼굴을 앙상하게 그려넣은 모습을 보면서 학교에 등교한다는 것은 고욕이다.

 둘째, 학교가 이제 학원마케팅을 수입한 그 아찔한 미감이 역겹다. 광주 어떤 중학교는 `혁신학교’를 신청했다. 그 학교 교문위에 `학교운영위원회’ 이름으로 `상산중 ○ 명, 외고 ○ 명~’ 이렇게 적혀진 현수막이 있다. 신정환이 도박 후에 파문이 일자 올린 댕기열 병상사진 느낌이 난다.

 학교 혁신을 하겠다면서 나선 선생님들은 도대체 뭘 혁신하겠다는지 회의가 든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학교에 명문대 현수막을 거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너무 바쁘신가?

 셋째, 일부 언론에서 진보교육감의 진학 현수막 자제 공문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법에는 각 학교급별로 각각 교육과정의 목적이 기술되어 있을 뿐, `진학’같은 것으로 학교를 평가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일부 학부모와 `애향심’ 가득한 광기어린 한줌도 안되는 자들의 `아름다움’을 위해 보편교육을 포기할 것인가? 졸업을 축하하고, 진학에 박수를 보낼 거라면, 각 학교들은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현수막에 올려야 한다. 대형 걸개그림으로 모든 학생들이 진학한 학교를 내거는 것이 문화도시 광주에 어울리는 학교가 아닐까?

 학교 현수막 문제는, 교육위화감 조성이냐, 학교자부심과 관련한 문제냐가 아니다. 학교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도시 아름다움의 문제다. G20포스터에 쥐새끼를 그려 넣어야만 했던 선생님도 이념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닐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추잡한 그림에 뭔가를 첨가해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길을 가다가 일부 중학교·고등학교에서 마주치는 진학 현수막을 보면서 나도 쥐의 신이신 아폴로, 스민테우스를 불러보고 싶은 욕구가 아주 강하게 요동친다.

 스민테우스여, 쥐의 신이여. 이 불결함을 쓸어버리소서!

조재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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