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토론회서 `철거-보존’ 평행선만 확인

“결론이 뭐야. 이제 어쩌라고.” 100분간의 공방을 지켜보고 방청석에서 일어선 이들은 허탈해 했고, 암담해 했다.

철거와 보존 사이 논란을 지속하다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이뤄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내 도청 별관에 관한 시민대토론회’의 끝풍경이다.

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하 추진단)과 도청 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 측을 대변하는 패널들은 철저하게 ‘평행선’을 달렸다. 천막농성 5개월 여 동안 추진단과 공대위가 맞서왔던 현장을 공중파 3사가 생중계하는 스튜디오에서 재현한 꼴밖에 되지 않았다.

문화전당 건립을 막는 장애물이 제거되기를 기대하며 18일 광주MBC 공개홀을 찾았던 500여 시민들은 가슴 속에 묵직한 바윗돌 하나를 더 얹고서 토론회장을 빠져 나왔다.

공대위 측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별관이 아니다. 본관의 일부로 신관이다”면서 “추진단은 철거에 대해 시민사회의 합의를 거쳤다고 하나 이를 증거하는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동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도 “광주에 남아 있는 5·18사적지 30여 곳 중 가장 중요한 공간이 도청”이라면서 “건물이 사라지면 기억에서 잊혀진다. 5·18 사적은 광주의 것만 아니라 전국의 것”이라며 사적지 보호 차원에서 보존을 주장했다.

백기완 선생의 딸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광주는 아시아의 문화중심 아닌 새로운 문화의 발신지”라면서 “자기근거를 세우기 위한 터전이 도청”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추진단 측 정기용 건축가는 “목숨 바친 현장을 보존하자는 데엔 동감한다. 그 논리라면 광주 전체를 보존해야 한다. 어느 곳 하나 손댈 수 없는 곳”이라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설계를 마치고 착공한 사업”이라고 공정의 차질을 우려했다. 박홍근 건축사 역시 “진행과정이 민주적이었다면 합의에 대해 인정하는 큰 아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우 문화웹진 씨네트워크 편집장은 “사적지는 유일할 때 보존의 원칙이 강력하게 작동한다”면서 “현재 별관은 도청들의 일부다. 미래의 문화전당에 도청 일부를 내주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라고 철거를 주장했다.

패널에 이어 논란의 당사자들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대안과 해법을 기대했던 토론회는 더욱 난감해졌다.

윤광장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정리발언에서 “있는 문화재를 없애자는 몰역사성에 연민의 정마저 느낀다”면서 “별관 철거는 목숨을 걸고 사수하겠다”고 타협의 여지를 봉쇄했다.

그나마 대안을 내놓은 것은 추진단 측. 이병훈 추진단장은 △별관을 철거한 후 부자재를 전국에 나누어서 기념하는 방안 △랜드마크에 별관의 역사성을 담는 방안 △본관 내부에 별관 축소 모형을 전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공대위 측은 추진단의 대안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무찌른 뒤 “시민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엔 추진단 측이 “참고용은 몰라도, 결정용 여론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평행선을 이어갔다.

“(전당 설계자인)우규승씨에게 철거하면서도 철거하지 않는 듯한 설계를 다시 부탁하자”는 한 패널의 제안을 유일한(?) 대안으로 남긴 채 이날 토론회는 끝이 났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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