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공원내 화장실 30여 개 아침까지 `불 훤히’ 켜져

▲ 9일 오전 6시. 시민 장재규 씨가 이미 날이 밝아 환한데도 불이 켜져 있는 서구 마륵동 상무시민공원 내 화장실 전등을 끄고 있다.

“오전 9시가 다 되도록 화장실 전등이 켜져 있다니까요. 고유가 시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판에 이렇게 관리를 안하고 있으니….”

9일 오전 6시, 광주 서구 치평동에 사는 장재규(64) 씨는 상무시민공원 내에 있는 공용 화장실의 전등을 일일이 끄며 분통을 터뜨렸다. 날이 훤히 밝았는데도 공원 내 공용화장실 전등은 대부분 켜져 있고 공원관리사무소와 담당 구청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기 때문. 장 씨는 “조금만 신경 쓰면 될 것을 관리사무소와 구청은 ‘나 몰라라’하고 있다”며 “사소하게 보이지만 전등 하나라도 꺼 절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시민공원 내에 있는 공용화장실 전등을 소등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 후 운동 삼아 시민공원을 산책하면서 켜진 화장실 전등을 끄다 보니 이젠 ‘습관’이 됐다. 매일 오전 6시부터 7시30분까지 화장실을 일일이 돌며 직접 소등한다.

상무시민공원 내에 설치된 공용화장실은 모두 10곳. 50~100미터 간격으로 설치된 화장실에는 각각 남,여,장애인용 등 3칸이 마련돼 있다. 전등 갯수로 따지면 30개가 넘는다. 하지만 관리사무소와 구청 등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장 씨가 직접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관리사무소와 서구청 등에 민원도 제기했다. 서구청장을 만나 화장실 전등이 자동으로 소등되도록 교체하든지 관리를 해달라는 얘기도 전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와 구청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구청 담당과장과 직원이 나와서 조사해 가기도 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어요. 대책 마련이 어렵다면 ‘절전’ 표어라도 붙이라고 했더니 전원 스위치 위에 ‘절전’ 스티커만 붙이더군요.”

공원 중앙에 있는 관리사무소를 지나칠 때면 장 씨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관리사무소에 숙직을 서는 직원이 있지만 아예 관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 그는 “종종 관리사무소 사무실도 비어 있는데 불이 켜져 있다”며 “관리사무소 숙직자가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소등하거나 공원을 한 바퀴만 돌아도 될텐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장 씨가 불을 끄지 않으면 화장실 전등은 오전 10시쯤 청소아줌마가 청소하면서 소등한다. 날 밝은 뒤에도 한동안 전력이 낭비되는 셈. 이 때문에 그는 미숙한 시민의식도 꼬집었다.

“공용화장실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불이 켜져 있으면 아무나 끄면 좋은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시민들도 생각을 바꿔야 해요.”

고유가 시대, 정부를 비롯, 기관과 기업 등에서는 고강도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놓고 있다.

홀짝운행이니 에어컨 온도 높이기 등 다양한 묘수를 짜내고 있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화장실 전등은 꺼질 줄 모른다.

박준배 기자 nofate@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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