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실체규명위’ 지난 6월10일 서울서 결성
9일 회원 동원 광주서 ‘오월폄훼’ 시위 기도

▲ 지난 9일 오후 일부 보수우익단체가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인근에서 5·18을 폄훼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려고 하자, 구속부상자회 등 오월단체 회원들이 이들을 제지하고 있다.

 일부 보수우익인사들이 탈북 주민까지 동원해 광주에서 5·18민중항쟁을 폄훼하려는 집회를 가지려다 이에 반발한 5월단체들과 정면 충돌했다. 보수정권 하에서 보수우익들의 5·18에 대한 폄훼가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인다.

 서울 영등포에 사무실을 둔 자칭 ‘5·18실체규명위원회’(이사 규명위) 소속 회원 30여 명이 지난 9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공원 보도에 ‘5·18실체규명 촉구대회’를 열기 위해 모여들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미리 접한 5·18구속부상자회를 비롯한 오월단체 회원 100여 명이 막아서면서 행사는 무산됐다.

 오월단체 회원들은 “5·18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5·18기념문화관 앞에서 무슨 짓이냐”며 규명위 회원들을 도로쪽으로 밀쳐 냈다. 경찰이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투입되긴 했지만, 격앙된 오월단체 회원들을 제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단체 고문 김동문(67) 씨가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들 회원들은 오월단체 회원들을 피해 한 시간가량 5·18기념문화관 일대를 배회하다 돌아갔다.

 규명위 유인근 사무국장은 “그동안 광주·전남지역은 불순세력에 의한 최대의 피해지역이고 그 정점에 5·18이 있다”며 “대화로 그 진실을 밝히고자 왔는데, 이렇게 오월단체 회원들이 폭력적으로 나와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자유북한군인연합’이름으로 집회신고가 돼 있었으며, 상당수 탈북 이주민들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일부 탈북주민은 “놀러가자고 연락이 와서 따라왔는데, 이런 행사인 줄 몰랐다”고 당황해 하기도 했다.

 특히 주최 측임을 밝힌 규명위원회의 경우 지난 6월10일 서울에서 결성, 지난달 23일에도 광주시청 앞에서 5월단체들의 시선을 피해 저녁시간에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하려던 성명서에서 “순진한 청년학생들의 평화적 시위를 이용해 국가를 전복시키려 했던 김정일 일당과 그와 결탁해 무고한 광주시민들의 희생을 만들어낸 친북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별도의 유인물에선 ‘5·18은 남북한 적색분자들이 합작한 적화통일 전쟁’이라거나, ‘5·18의 목적은 적화통일’ ‘5·18의 주모자 김대중·문익환 등은 북한 사람이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80년 5·18당시의 핵심구호는 ‘비상계엄령 해제’와 ‘김대중 석방’, 그리고 ‘북한은 오판하지 말라’였을 정도로 순수하고 숭고한 민주화운동이었다”며 “보수 정권 하에서 일부 보수단체가 탈북주민까지 동원해 역사를 왜곡하려고 활개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에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80년 그날을 생생히 겪었던 증인들 앞에서 역사를 호도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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