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8월부터 구인정보제공 중단
노동계 “직업선택 자유 제한” 반발

▲  지난 18일 이주노동자인권단체 등은 고용노동부 지침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사업장선택권리를 박탈하고 이주노동자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규탄 전국 집중대회’를 열었다. <사진=장애인의 주홍글씨 비마이너>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지만 8월부터는 더욱 노골적으로 강제노동에 내몰리게 생겼다.

 8월1일부터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가 이주노동자들에게 구인사업장 명단을 더이상 제공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브로커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과정에 개입하고 있으며 잦은 사업장 변경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영세업체의 인력난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에게 구인업체 정보를 주지 않고 구인업체에만 구직자 명단을 제공하는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안’을 8월1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은 일터를 옮길 때 고용센터에서 구인사업장 명단을 제공받아 업체에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 조건이 맞으면 계약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옮겨왔다. 구인사업장 명단을 제공받지 못하면 이주노동자가 직접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대신 사업주들에게 이주노동자 명단을 제공하고 사업주들이 마음에 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연락을 해서 고용을 하는 방식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업체가 걸어오는 전화를 기다리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다니던 일터를 그만둔 뒤 3개월 안에 새 직장을 얻지 못하면 미등록 체류자로 강제추방된다. 만약 3개월 안에 전화가 오지 않으면 미등록 체류자가 되거나 출국해야한다. 전화가 왔고 면접을 했는데 회사가 맘에 들지 않아서 채용을 거부하면 알선이 2주간 중단된다. 6번 거부하면 3개월이 다 지나간다. 이미 고용허가제 아래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온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완전히 가로막는 정책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전국의 이주노동자단체와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규탄 전국집중집회를 가진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심지어 사업주가 채용하고자 하는데 이주노동자가 거부하면 2주 동안이나 알선을 중단하겠다고 하니, 이주노동자는 근로조건이고 뭐고 따지지 말고 주는대로 아무데서나 일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는 사업주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고용노동부의 무책임한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고용노동부의 대책은 사업장변경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브로커의 불법적인 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을 주요논리로 삼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어떻게든 고용허가제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라며 “현행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미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변경 과정에서의 횟수, 사유, 기간 등의 제한으로 인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받아왔으며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원치 않는 사업장에서의 강제노동을 일상으로 받아들여 왔다”고 밝혔다.

 또 “이주노동자의 구직기간은 3개월에 불과함에도 이주노동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사업주의 구직제안을 거절하여 채용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2주 동안 알선이 중단된다는 조항은 더욱 문제가 크다”며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주의 연락을 받았을 때 거부할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며 이주노동자는 이 조항 때문에 사업장의 근무조건을 비교하기는커녕 언제 사업주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올지 모르는 불안함 혹은 알선이 중단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주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역시 “더 나은 노동조건을 찾아 사업장을 이동하는 것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라며 “이것을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인종차별이요 이주노동자를 더욱 노예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려만 해서는 안된다”며 “고용허가제 8년 간 무수한 비판을 받아온 것을 직시하고 근본적 개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제한이 아닌 현장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임금체불, 상습적인 폭언, 폭행,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 인격무시, 열악한 노동환경과 주거환경 등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부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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