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경비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대학교에서 학생은 배려가 아닌 통제의 대상이 돼버렸다. 사진은 전남대 인문대학 내 어학실에 설치된 무인 잠금장치.
-비용 절감 ‘무인화’ 앞장…건물 지키고 학생 내쫓아
-학생은 보호아닌 통제대상으로…`출입 금지’ 일상화

 10년 전 만해도 대학에는 당직실에 머물며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 아저씨’들이 있었다. 현재 그 많던 경비 직원은 대부분 사라졌고, ‘무인경비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후 어느샌가 대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율은 줄어들고, 엄격한 보안과 통제가 강조된 것.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도 배려와 보호가 아닌 ‘원활한 관리’를 위해 규제해야 할 대상이 됐다.

 최근 전남대 사회과학대학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강의실 ‘출입 통제’ 논란<본보 7월18일자 보도>은 무인경비 시스템 도입후 달라진 대학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전남대뿐 아니라 광주의 주요 대학들은 5~10년 전부터 대학 내 무인경비 비중을 늘려왔다. 사람을 써 관리를 할 때보다 최소한의 인력, 최소한의 비용으로 관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건물의 출입문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강의실·연구실·학습실 등 각 실까지 무인 잠금장치가 설치됐다.

 24일 전남대 청사관리팀에 따르면, 전남대는 한 때 200명에 달했던 경비인력이 현재는 4명 정도만 남았다. 대학본부, 도서관, 학생회관 등 “사람의 관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건물에만 인력을 남겨둔 것. 다른 대학들도 모든 건물을 무인경비로 관리한다. 대학들은 “유인경비에서 무인경비로 전환해 4~5배의 관리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인경비 시스템을 통해 ‘잃은 것’도 많다. 관리의 ‘융통성 부재’도 그 중 하나다. 무인경비 시스템은 건물 관리 방식이 단순하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문을 잠그는 것. 그리고 소수의 순찰대가 시간별로 각 대학 건물을 돌아다니며 순찰을 도는 정도다.

 유인경비처럼 건물 내 상황을 시시각각 살피면서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문이 잠긴 건물 출입을 하려면 대학 본부 통제실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사람이 들어가면 문은 곧바로 잠긴다. 건물을 나가는 건 내부에 있는 버튼만 누르면 되지만, 잠깐 나갔다 들어와야 할 경우엔 다시 통제실에 전화를 해야 한다.

 아무리 사정이 있다고 해도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문을 열어뒀다 문제가 생기면 대처가 힘들기 때문에 문을 닫는 데만 급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보단 관리의 문제가 우선시 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자연스럽게 관리를 통해 배려해야 할 구성원이 아닌 ‘통제의 대상’이 된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학생들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에 일정 정도 제재가 가해진다는 것. 한 인권활동가는 “기계와 시스템이 관리하는 구조에서 학생은 자율성을 보장 받는 주체가 아닌 엄격한 규범과 질서에 따라야 할 관리 대상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가 전남대의 ‘주말 학생출입금지’다. 교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 관리의 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예 학생들의 출입을 차단시킨 것.

 전남대 사회대 한 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개인공간이 있는 교수, 대학원생, 교직원들은 주어진 공간, 필요한 공간만 사용하지만, 학생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거나 건물에 들어와서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게 출입문이 닫하지 않게 뭘 받쳐놓는 경우가 많다. 정말 필요한 학생은 어쩔 수 없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보안카드를 주면 다시 원상태(주말 출입을 통제하기 이전)가 되버릴 것이다.”

 이와 관련, 장복동 철학과 강의교수는 “학교 관리·운영에 있어 학생을 ‘동반자’로 보지 못한 것”이라며 “이러한 통제는 학교와 학생간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은 비용 절감만을 이유로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를 대가로 희생한 것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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