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씨 등 5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항소심 결심 재판이 끝난 이후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하는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원고 피해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항소심 결심서 할머니들 제안…선고공판 10월22일
-미쓰비시 "협상에 부정적 기류… 9월 중순까지 답”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결심 재판에서 피고 미쓰비시 측에 선고 전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을 제안했다.

27일 광주고등법원 304호 법정에서 양금덕 씨 등 일제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결심 재판이 열렸다.

그동안 근로정신대 문제와 관련해 ‘소멸시효’ 여부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여온 양측은 이날 추가 변론은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원고 측 소송인단의 이상갑 변호사와 김정희 변호사는 “법적 판결이 아닌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보는 방안을 미쓰비시 측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최종 결렬되긴 했지만 피해자와 미쓰비시는 2년간 협상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며 “미쓰비시가 당시 협상을 일방적으로 거부하지 않고 16차례나 테이블에 앉았던 것은 대안적 분쟁 해결을 모색 의지가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2012년 5월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항소심을 파기 환송한 이후 미쓰비시 측과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미쓰비시 측이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배상을 거부하면서 2012년 7월 16차례만에 협상이 최종 결렬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법적 판결로 가는 것이 최근 냉각기류가 흐르는 한일 관계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고, 근로정신대 문제는 이번 소송뿐 아니라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계류돼 있다”며 “1심 판결대로 승소해도 미쓰비시가 배상을 거부할 경우 강제집행에 들어가게 되면 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 다른 갈등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고 협상 제안의 배경을 밝혔다.

원고 측은 “당사자 간 협상이 어렵다면 법원의 중재를 통한 합의를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도 판결 이전에 양측이 조정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 10월22일로 비교적 여유있게 선고 공판일을 정하면서 동시에 9월25일을 조정기일로 하고 미쓰비시 측에 “의사타진을 해보고 조정에 임할 것인지, 협상안이 있는지 등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 측 변호인은 “지난 협상에서 우리 쪽이 제안한 협상안(피해자 직접 배상 대신 한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안)을 거부한 바 있어 협상을 해보는 것이 사실상 시간 낭비”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일단은 “9월15일까지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미쓰비시 측이 협상에 임할 경우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문제가 2심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는 막판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미쓰비시가 협상에 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 조정 시도가 무산되면, 재판부는 예정대로 10월22일 2심 판결을 내리게 된다.

시민모임은 “지난 1심 판결대로 2심에서 승소하더라도 미쓰비시는 상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광주지법 제12민사부는 지난해 11월1일 1심 재판에서 미쓰비시가 직접 피해자 4명에게 1인당 1억5000만 원, 유족에게는 8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미쓰비시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문제와 관련, 사실상 광주에서 열린 마지막 재판이었던 이날 양금덕 씨 등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테라오 테루미 공동대표와 ‘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 관계자들도 광주를 찾았다.

이날이 “피해자들이 법원을 찾는 마지막 날”이 되기를 바랐던 이들은 수년 간 미쓰비시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우리는 한일 양국의 화해를 원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은 미쓰비시”라면서 “반드시 승리해 사죄를 받아내자. 그날까지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한편, 지난 2월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돼 강제노역을 당한 김재림 씨 등 4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추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10월31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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