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테러 당한 `전라도닷컴’ 누리집.
-세월호 관련 기사 `해킹’, 전부 삭제돼
-전라도 비하 `홍어’로 기사 제목 수정
-`일베’회원 소행 추정…수사의뢰

 전남 지역 대표 월간잡지 ‘전라도닷컴’의 누리집이 심각한 ‘사이버테러’를 당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세월호 특집 기사가 전부 삭제됐고, 기사제목 중 일부가 전라도를 비하하는 단어 ‘홍어’로 교체됐다. ‘독자마당’ 코너에 담긴 사진과 동영상 등 콘텐츠는 아예 사라졌다. 이 가운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곳곳에 발견되고 있다.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은 지난 8월30일 걸려온 젊은 남성의 전화를 받고 ‘전라도닷컴’ 누리집이 해킹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세월호 기억하기’ 특집 기사 50여 개가 모두 삭제됐고, 기사제목 일부가 ‘홍어’로 교체된 것을 확인한 황 편집장은 곧장 ‘일베’ 사이트에 접속해 들어갔다. ‘전라도’를 전면에 내세운 ‘전라도닷컴’은 간혹 ‘일베’ 회원들이 ‘홍어’라는 단어를 누리집에 남기는 등 심심찮은 공격을 받아왔던 것이다.

 ‘홍어’라는 말은 일베 사이트 회원을 비롯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전라도나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일베 게시판은 ‘전라도닷컴’ 해킹과 관련한 글들이 올라왔다. 특히 이날 황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의 글도 게시돼 있었다. 전화 통화 직후 일베 사이트에 ‘내가 전라도인인 척하면서 거기 전화했는데 해킹 사실도 모르는 것 같던데’라는 내용이었다.

 황 편집장은 이번 ‘전라도닷컴’ 해킹에 대해 일베 회원들의 조직적 소행으로 보고 있다. ‘전라도닷컴’ 누리집의 관리자 ID로 접속한 이들이 수 천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2000년 사이트를 개설한 이래 처음 있는 대규모 해킹 사태에 ‘전라도닷컴’ 측은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 추후 해킹 행각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천 명의 해커들이 저질러 놓은 만행에 전라도닷컴 누리집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라도닷컴’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특집 기사 ‘세월호 기억하기’란의 50여 개 기사가 모두 삭제된 것이다. ‘전라도닷컴’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난 4월 내달 잡지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세월호 특집으로 5·6월 합본호를 기획했다. 이번 해킹으로 잡지에 실린 특집기사들과 그간 인터넷에 게재된 세월호 관련 기사들이 전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특집기사만 집중적으로 삭제됐다는 점에서 이번 해킹의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가 결정적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라도닷컴’이 입은 피해는 가치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이번 해킹으로 누리집에서 메인메뉴 가운데 하나인 ‘독자마당’ 코너가 통째로 날아가 하부메뉴인 ‘공지사항’, ‘전라도닷컴에 바란다’, ‘자유게시판’, ‘내가 찍은 전라도’, ‘전라도 동영상’의 테이블이 없어졌다. 2000년부터 지난 14년 간 차곡차곡 쌓인 전라도의 문화와 사람, 풍경을 담은 콘텐츠 수 천 건이 모두 사라진 것. 특히 독자들이 남긴 콘텐츠의 경우 복구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에 ‘전라도닷컴’ 측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황풍년 편집국장은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해킹은 도를 넘은 잔인한 악행”이라며, “‘전라도’와 ‘세월호’라는 말에 정치적 편견과 왜곡된 사상을 가지고 악행을 저지른 이들을 단순히 ‘철없는 행위’로 간주하고 용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라도닷컴’ 누리집 복구 작업은 9월1일 이후 진행될 예정이지만, 전체 콘텐츠 복구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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