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교통약자전용 택시(사진)’ 운전사를 계약해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임차택시 처우개선 요구 운전사에 일방적 계약 해지
-센터 측 “업무 지시 위반해 해지한 것…요구 과도했다”

 광주 교통약자들의 이동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광주시가 설립한 ‘광주광역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독선적 운영행태로 도마에 올랐다.

 ‘교통약자전용 개인택시(임차택시)’ 운전사들의 근무환경 개선 요구에 “싫으면 그만두라”는 강압적 태도로 일관한 것은 물론, 지난 3월에는 다른 운전사들을 대표해 “계약 체결이 일방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운전사 1명을 계약해지시킨 것. 교통약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광주시 출연기관이 정작 내부 조직의 인권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은 “교통약자들의 수요에 맞출 수밖에 없는 업무 특수성을 무시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업무지시도 따르지 않아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면서 “임차택시 운전사들은 센터에서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라 엄연한 사업자의 지위로 계약을 맺은 것인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광주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개인택시를 임차해 ‘교통약자전용 택시’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개인택시 9대를 임차해 운영했고, 올해 3월에는 처음에 운행한 임차택시 중 3대와 재계약을 체결하고 추가로 10대를 모집했다.

 개인택시 운전사인 김모 씨도 이때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와 임차 계약을 맺고 ‘교통약자전용 택시’ 운전사로 일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한 달도 안 돼 센터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 계약체결 방식, 조건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던 게 화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31일 김 씨는 “개인택시 운전사들은 정확한 법률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광주시가 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믿고 센터가 작성한 계약서에 서명을 했지만 근무표를 받아보니 뭔가 잘못돼 있었다”고 말했다.

 1기 임차택시의 경우 임차 계약서 상에 근무시간이 ‘07~20시’로 명시돼 있지만, 이번에 계약을 맺을 땐 “센터의 근무편성표에 따른다”로 다르게 명시된 것.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계약 당시 “야간근무는 하지 않겠다”는 운전사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센터가 근무편성표에 야간 근무(11~24시)를 포함시킨 것. 김 씨는 “사전에 운전사들과 협의도 없이 센터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총 13시간을 일하는 임차 택시 운전사들의 휴게 시간이 점심시간 1시간 밖에 없는 것도 문제였다. 김 씨를 비롯한 일부 임차 택시 운전사들은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 8~9시까지 밥을 먹을 시간이 없고, 센터에 보고하고 집에 들어가면 거의 저녁 9~10시가 다 돼야 저녁밥을 먹을 수가 있다”며 “점심시간 외에는 10분 정도 대기시간이 아니면 쉬는 시간도 없고, 이 때도 차에서 전혀 벗어날 수가 없다”며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적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운전사들의 개선 요구가 제기되자 센터 측은 “요구조건이 있다면 대표자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고, 운전사들은 김 씨를 대표자로 뽑아 근무시간 등과 관련한 협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대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김 씨는 “계약조건에 대한 사전 설명이 부족했고,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 협의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대표자를 뽑아 의견을 제시하라던 센터는 나의 요구를 `개인의 불만’ 정도로 취급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노동부, 감사원, 국민신문고 등 여기저기 민원을 넣었고, 어렵사리 센터 측과 대화할 기회를 얻었지만 역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센터나 센터를 지도·감독하는 광주시 대중교통과 모두 “체결한 협약사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조속한 시일 내에 협약을 해지하는 게 타당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 특히, 김 씨는 “센터의 한 책임자는 `임차택시 운전사는 근무자가 아닌 사업자이기 때문에 밥까지 챙길 의무는 없다’며 `싫으면 그만 당장 그만두라’고 고압적으로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센터 측과 갈등을 겪던 김 씨는 계약을 맺은지 한 달도 안돼 센터로부터 `협약 내용·지시사항 위반’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계약을 먼저 해지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센터는 계약한 월 임차료 240만 원 중 50만 원을 위약금으로 물기도 했다. “계약조건에 대한 조정을 요구했을 뿐 협약내용과 준수사항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소용 없었다.

 김 씨와 계약을 해지한 후 센터는 남은 임차택시 운전원들의 근무시간을 `07~20시’로 고정하고, 운전사들이 3부제(이틀 일하고 하루 휴식)로 일하는 것을 감안, 첫째날은 점심시간을 `11~12시’, 둘째 날은 `12~13시’로 조정했다.

 김 씨는 “이렇게 근무시간을 조정한 것은 결국 센터가 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 것”이라며 계약해지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지난 3월에 센터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센터 측 관계자는 “임차택시 운전사들은 사업자로서 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계약서대로만 하면 된다”면서 “계약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일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인데, 김 씨가 교통약자의 수요에 맞출 수밖에 없는 우리 사업의 특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요구를 했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씨와의 계약을 해지한 것에 대해 “김 씨가 평소에도 센터 지시사항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잘 따르지 않아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계약조건에 대해선 계약을 맺을 당시 충분히 설명했고, 다른 임차택시 사업자들은 큰 불만이 없다”고 밝혔다. 센터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위약금 50만 원을 물은 것에 대해서는 “위약금 개념이 아니라 교통약자전용 택시로 개조할 때 들어가는 차량 래핑비, 네비게이션 설치비 등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일부 임차택시 운전자들은 현재 근무환경에 대해 열악함을 호소하고 있고, 김 씨에 대해서도 “우리 입장을 대변하다 억울한 일을 겪었다”고 말하고 있다.

 센터 송형택 사무처장은 “위수탁협약서에는 `을’(임차택시 운전사)은 `갑(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요구할 수 없다고 돼 있음에도 김 씨가 이를 무시하고 소송을 제기했다”며 “우리 쪽에서도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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