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작곡 앨범을 발매한 `교육공간 오름’ 학생들과 박소영 교사(맨 왼쪽).<교육공간 오름 제공>
학생들 이야기 음반에 담다…들어보실래요?
“하고싶고 묵혀놨던” 얘기들 솔직하게 표현

 “한 곡 한 곡 들어보면 우리들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우리만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광주의 도시형 대안학교 ‘교육공간 오름’에서 학생들의 자작곡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연주·편곡·녹음해 제작한 음반을 발표했다. “우리의 아름다운 소리”를 담기 위한 첫 번째 녹음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지난 5월이었다. 아름다운 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돼 500만 원을 지원 받게 된 ‘교육공간 오름’은 마이크, 믹서 등 녹음 장비를 구입해 학생들의 앨범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교육공간 오름’에서 처음 악기를 접하고 밴드수업을 통해 배운 학생들은 ‘상상페스티벌’ ‘레드페스타’ 등 각종 지역 축제에서 공연을 해왔다.

 ‘교육공간 오름’의 강경필 대표는 “음악이 음악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며 “누구나 자신의 메시지로 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앨범 제작을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공간 오름’을 통해 공연활동을 꾸준히 펼쳐 온 김해인, 이강하, 이학인, 송희용, 정상주, 문현철 군 등 학생 전원이 ‘우리의 앨범’ 만들기를 시작했다.



“서툴지만 소중한 경험 나누고파”

 앨범 작업은 7~8월 여름방학 동안에 본격 이뤄졌다. 싱어송 라이터로도 활동하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난 3월 자신의 앨범을 발표한 박소영 교사를 포함한 선생님들도 작업을 함께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음반을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공연을 해보긴 했지만,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쓰는 법을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앨범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간도 많지 않아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두 달만에 곡을 써서 녹음까지 해야 하니까 진짜 힘들 때가 많았어요. 때로는 ‘왜 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지난 29일 만난 송희용 군은 한창 작업을 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지난 9월24일 학교에 도착한 100장의 음반이 그 ‘증거’다.

 이번 음반에는 ‘저물어가는 시간 속에서(작사·작곡·노래 문현철)’ ‘Rain(작사 이강하, 작곡 송희용, 노래 김해인, 건반·드럼 송희용)’ ‘모래심장(작사·작곡·노래 정상주, 기타 문현철)’ ‘재미없는 노래(작사 이학인·정상주·송희용, 작곡 이학인, 노래·기타 이학인, 베이스 정상주, 드럼 송희용)’ ‘Only one(작사·작곡·노래 김동현)’ 등 총 5곡의 음악이 수록됐다.

 모두 학생들이 그동안 하고자 했던, 마음 속 깊숙히 묵혀놨던 감정과 이야기, 생각들이 묻어난 곡들이다.

 “음반CD를 처음 받았을 땐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여러 감정이 겹쳤던 것 같아요. 정말 ‘내 음반’인가? 노래를 들어보니까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씌운 친구들의 색깔이 확실히 느껴졌어요.”

 4번 트랙 ‘재미없는 노래’가 대표적이다. 이학인 군이 만들고 직접 연주하고 부른 이 노래 가사중엔 ‘난 이러려고 태어난 게 아닌데’라는 가사가 있다. “‘이럴려던 게 아닌데’는 학인이가 평소에도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거든요.”

 음반에 담긴 음악들을 듣다보면 서툰 점이 없진 않다. “저희도 듣다 보면 건반 박자 못 맞춘 부분, 음정 틀린 부분이 자꾸 귀에 들어와요.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워요.”

 송 군의 솔직한 심경. 처음엔 ‘왜 해야 돼요’라고 했던 송 군이 음반을 만들고 난 지금 곡의 완성도를 논하는 걸 보면서 ‘교육공간 오름’의 교사들은 “친구들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서툴고, 헛점이 많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들은 어쩌면 우리 친구들이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면에서 음악도 하나의 기록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음악의 수준을 떠나 이번 앨범이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건 우리 친구들의 ‘성장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강 대표는 이번 앨범제작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2일 부드러운직선서 발매 공연

 학생들은 10월2일 클럽 부드러운 직선(북구 중흥동 275-4 지하)에서 앨범 발매기념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공연 제목은 ‘우리의 아름다운 소리를 담다’.

 다른 곳에선 만날 수 없는 ‘교육공간 오름’ 학생들의 솔직 담백한 음악을 라이브로 접할 수 있는 자리다. “다른 사람의 음악이 아닌 우리 음악을 공연하는 거라 훨씬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음반에 녹음된 것보다 훨씬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공연을 앞둔 송 군의 다짐이다.

 한편, ‘교육공간 오름’은 홈페이지(http://www.orumedu.org/)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면 무료로 학생들의 보내주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이 앨범은 딱! 100장만 제작된 한정판으로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는 귀뜸이다.

문의 062-236-2728, 010-9847-8828(강경필 대표).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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