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회화나무 소공원에서 열린 `후계목 식재 행사’.
도청 앞 회화나무 ‘후계목’ 식재 행사 개최
5·18민주광장 내 소공원 모계 옆 뿌리내려

 5·18광주민중항쟁의 참상을 목격했던 150살 회화나무가 새로운 생명이 뿌리내리는 현장을 지켜봤다.

 고사한 도청 앞 회화나무 곁에 파릇파릇 어린잎이 돋아난 후계목을 식재하는 날. 엄마나무의 아픈 기억과 아기나무의 새 생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은 잔치가 열렸다. 후계목 식재로 ‘광주정신’이 계승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광주시민들이 모여든 것이다.

 5·18민주광장 내 회화나무 소공원에 심긴 고사된 회화나무 옆 후계목을 식재하는 행사가 열린 30일 오후2시 20여 명의 시민들이 공원을 에워싼 가운데, ‘모심춤’ 공연으로 행사가 막을 열었다.

 “엄마나무의 기억과 생명을 내려 받도록 하겠습니다.”

 모계목 앞에 보드라운 흙과 물, 불이 놓였다. 모두 생명을 이루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다. 회화나무 모임의 박강의 씨가 향로에 불을 피워 모계목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엄마를 달래드리고 그 기억을 어린 나무에게 넘겨주는 시간입니다.”

 춤공연이 끝난 뒤에는 행사장에 참석한 시민들이 한 명 한 명 후계목 식재터를 다졌다. 모계목의 기운을 받은 붉은 흙을 식재터에 뿌리면서 속된 기운이 오지 않도록 염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이 눕혀있던 후계목을 동시에 일으켜 세웠다. 드디어 후계목이 하늘을 향해 여린 가지를 쳐든 순간, 도청 앞 회화나무가 있었던 그 자리에서 새 생명이 뿌리를 내리게 됐다.

 회화나무모임의 김향득 씨는 이 장면을 가슴뭉클하게 지켜봤다. “후계목이 식재됨으로써 고사된 회화나무가 다시 태어나게 됐어요. 시민들의 염원처럼 회화나무가 곧고 아름답게 자라서 민주화를 외치던 광주정신을 잇는 한국사회의 이정표가 됐으면 합니다.”

 후계목 식재를 가능하게 한 장본인 선수영 씨도 자리에 함께했다. 선 씨는 우연히 모계목의 어린 싹을 키워오다 도청 앞 회화나무가 고사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후계목을 기증했다.

 “엄마가 서 있던 자리를 대신해 우뚝 선 것을 보니 기증자로서 영광스럽습니다. 제가 4년 동안 키울 당시 10cm도 안 되는 어린 나무였지요. 이제 제 곁을 떠나 광주의 유적지에 심겨 졌으니 광주시민들의 애정과 보살핌으로 거목으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이어 선 씨는 회화나무공원이 지금까지 광주의 아픈 기억을 치유할 수 있는 공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광주읍성 남문에 심어진 뒤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민중항쟁의 현장에서도 살아남았던 도청 앞 회화나무는 문화전당 건립 등 구 전남도청 부근 개발로 몸살을 앓던 중 작년 5월 고사했다. 소식을 접한 선 씨가 후계목을 기증했고, 모계목과 DNA가 일치한 것이 확인되면서 회화나무 소공원에 식재가 이뤄지게 됐다. 그동안 회화나무 모임에서 후계목을 관리해 상태가 양호하다.

 5·18민주광장 내에 조성된 회화나무 소공원은 530㎡의 터로 고사한 회화나무 주변 후계목 외에 회화나무 10그루가 더 식재됐다. 회화나무를 소개하는 표지석을 세울 예정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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