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르면, 사용자 “관리비 오른다” 퇴출
`기간제’신분 위탁 전환·업체 변경시 보호 구멍
“근로조건 개선 커녕 고용 불안 키우는 구조”

▲ 최저임금 100% 적용으로 인해 경비노동자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예견되는 가운데 서구 한 아파트가 경비노동자를 구조조정 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최저임금이 100% 적용된다는데, 경비원들은 기뻐하긴커녕 ‘해고 한파’를 걱정하고 있다. 이 나라 법과 제도가 임금은 보호해 주지만, 그들의 일자리는 보호해 주지 못하는 탓이다.

 뼈 아픈 건, 경비원이 간접고용, 기간제 근로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고용불안을 숙명처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비원은 흔히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감시 또는 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다. 실제론 재활용 쓰레기, 택배, 청소, 주차장 관리 등 많은 일을 하지만 법상으론 ‘상대적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로 규정돼 있는 것. 이 때문에 연장근로 수당 등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각종 수당뿐 아니라 최저임금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로 정부는 2007년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률 인상을 추진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비원들의 최저임금 적용률은 2007년 70%에서 2008~2011년 80%, 2012~2014년 90%로 단계적 인상을 거듭했고, 내년부턴 100%가 적용된다.

 그런데 최저임금 적용률이 오르는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경비원의 사용자, 즉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가 인건비 감축을 이유로 인력을 감원하거나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고용불안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당초 정부도 2012년에 최저임금을 100% 적용하려다 이런 문제로 적용 시기를 내년으로 늦췄다.

 시기만 늦췄을 뿐 경비원들은 내년 ‘해고 한파’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비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간접고용 계약직 형태다. 입대의가 연단위 계약을 통해 업체에 관리를 위탁하고, 업체와 경비원들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계약해지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

 특히, 경비원들과 계약해지를 않더라도 입대의가 위탁업체를 교체해버리면 경비원들은 해고되거나 바뀐 업체와 근로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 어떻게든 고용보장을 받기 어려운 구조인 것.

 이병훈 노무사는 “최저임금 적용률이 오르자 자치 관리(경비원 직접 고용)를 하던 아파트들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위탁관리로 전환해 왔다”면서 “예전에는 고용을 줄이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더이상 사람을 못 줄이는 상황이 되자 위탁업체를 변경하는 식의 ‘인건비 억제책’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인건비 상승으로 위탁업체를 교체하는 경우 입대의는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는데, 이때 입찰에 응모한 업체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도 휴게시간으로 정하는 ‘편법’을 쓴다는 것. 예를 들어, 실제론 경비원들이 한 번씩 순찰은 도는 저녁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를 ‘휴게시간’으로 정해, 이에 대한 임금은 지급하지 않는 형태다. 이 노무사는 “단순 수치상으로 놓고 보면 내년 경비원들의 임금이 19%(20~30만 원)가 증가해야 맞지만,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이 증가해 실질적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라 노무사는 “위탁업체가 단순 인건비 절감을 위해 ‘형식적’으로 바뀌는 경우에도 실질임금을 보장 받으려면 경비원 스스로 이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이를 입증할 수 있다 할지라도 경비원 입장에선 계약해지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경비원들의 고용불안 문제는 결국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문제다”면서 “공공기관에서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로선 사용자(입대의)가 직접 고용해 주는 것이 경비원들에겐 가장 필요한 것이지만, 사용자들은 ‘감시·단속 업무’ 이상을 주문하면서도 경비원들의 임금은 ‘비용’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경비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올해 말 종료예정이었던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의 지원기간을 2017년까지 3년간 연장키로 하고 내년 1분기에 아파트 등 경비·시설관리업체에 대한 집중점검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실효성 없는 땜방대책에 불과하다”며 “경비원들을 근로기준법 등 제도적 보호 안으로 끌어오려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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