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5.18재단 건물.<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시민께 ‘편지’…"오월정신 훼손사태, 싸울까요? 접을까요?"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쟁의를 벌이고 있는 5·18기념재단 직원들이 ‘5·18기념재단의 직원들이 광주시민들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오월정신을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5·18기념재단 직원들은 편지를 통해 “2015년 5월, 5·18민주화운동 35주년이 되는 뜻 깊은 이 시기에, 오월정신을 계승하고 그 뜻을 실천하고자 설립된 이 곳 5·18기념재단에서, 연초 ‘이유는 없다 계약이 끝났으니 나가라’는 전 이사장의 말 한마디로 발생한 두 명의 계약직 해고문제, 청원서와 성명서를 통해 해고 철회를 간곡히 요청했던 시민단체 활동가 들에 대해 행해진 고소·고발 등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면서 “힘 없는 일개 직원에 불과 하지만 오월의 의미와 가치를 잘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오늘 이 편지를 통해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5·18기념재단의 직원들이 광주시민들게 보내는 편지’ 전문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 ‘5·18기념재단의 직원들이 광주시민들게 보내는 편지’

죄송합니다. 광주시민여러분!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2015년 5월, 5·18민주화운동 35주년이 되는 뜻 깊은 이 시기에, 오월정신을 계승하고 그 뜻을 실천하고자 설립된 이 곳 5·18기념재단에서, 연초 ‘이유는 없다 계약이 끝났으니 나가라’는 전 이사장의 말 한마디로 발생한 두 명의 계약직 해고 문제, 청원서와 성명서를 통해 해고 철회를 간곡히 요청했던 시민단체 활동가 들에 대해 행해진 고소·고발 등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습니다. 힘없는 일개 직원에 불과 하지만 오월의 의미와 가치를 잘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오늘 이 편지를 통해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 동안 저희 직원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해고자 두 사람의 밥통이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오월, 그 날의 정신이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이곳 5·18기념재단에서 부터 실천되어야한다는 믿음과 바람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합니다. “뭐 그리 근무조건이 좋지도 않은 재단인데 뭣 하러 그러냐고. 그냥 일하다가 다를 데로 옮겨 가면 되지” 라고. 네. 그렇습니다. 그래도 되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곳은 삼성도, 현대도 아닌 518기념재단이기 때문입니다.

시민 여러분!

오월은 사람을 떠나보낼 수는 있으나 버릴 수는 없습니다.

재단이 제발 더 이상 사람을 버리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오월정신을 버리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오월을 영혼 없는 박제된 역사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저희는 그 동안 전국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기념사업을 해 왔습니다.

때로는 왜곡하고 폄훼하는 이들도 만나기는 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오월의 가치와 의미를 이야기 하며 마음으로 감사해 했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재단에서 일하는 동안 어디를 가나 자랑스럽고 명예로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자랑스럽고 명예로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 5·18기념재단의 수장으로서 맨 선두에서 서서 수많은 언론과 대중들에게 5·18정신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그 가치의 실천을 외치던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

취임 인터뷰에서 “ 시민과 함께하는 5·18기념재단을 만들고 주먹밥을 나눠 먹던 5월 공동체 정신을 계승하도록 노력” 하겠다던 그 분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

그리고 지금 계약 종료라는 명분으로 두 명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그 부당함을 외치며 청원했던 직원들과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제자, 지역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고소한 그 분은 또 누구일까요 ?

2015년 5·18기념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재단의 상황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시민 여러분께 고백합니다. 새해 초부터 시작된 이 부당한 현실이 이제 더 버티고 견디기에 저희직원 들에게 너무나 힘이 듭니다. 함께 밥을 해먹으며 웃고 떠들던 동료들과도 맘 편히 밥 한 끼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의 보여준 재단의 행태에 환멸을 느낀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려 합니다. 또 어떤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떠나려는 이들도,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하고 행사를 붙잡고 있는 이들도, 재단의 논리에 동조해서가 아닙니다. 모든 직원들은 처음처럼 서로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동료들에게 여전히 굳건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월은 당사자나 일부 단체들만의 것이 아니며, 5·18기념재단의 주인 또한 일부 사람들만이 아니라 바로 시민여러분이라고 믿기에 저희 직원들은 시민 여러분들게 현명한 판단을 구하고자 합니다.

지금 저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이제 시민 여러분들께 그 결정을 구하고자 합니다.

저희 직원들은 그 동안 재단의 비정상적이고 오월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싸워왔던 모든 대외활동을 접고 오월사업을 해야 할까요?

영혼 없는 기념사업이 아닌 진정한 5·18기념재단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 굳건한 행동을 지속해 나가야 할까요?

살아있는 정신이 그 어떤 기념사업보다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시민여러분들의 현명한 결정과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5월 어느 날,

5·18기념재단 직원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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