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 중인 광주의 한 백화점 아웃도어 세일 코너는 북새통을 이뤘다.
-백화점 ‘아웃도어’ 불티…정기세일 덩달아 훈풍
-재래시장·대형마트 “차이 없다” 반응 싸늘

깜짝 등장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백화점만을 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가 2주 전 유통업체 등에 ‘블랙프라이데이’ 협조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된 이번 이벤트는 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2주간 진행 중이다.

갑작스런 통보에 대비하지 못한 재래시장과 명절특수를 끝낸 대형마트는 업체나 소비자나 할 것 없이 블랙프라이데이를 체감키 어려운 분위기.

반면 가을정기 세일을 추진하던 백화점은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특수도 아웃도어 등 일부 상품에만 국한돼 있고, 블랙프라이데이의 원래 취지와도 다른 것이어서 실망한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블랙프라이데이 사흘째를 맞은 지난 3일 광주의 한 백화점은 여느 세일 기간보다 많은 인파가 붐볐다. 백화점 입구부터 블랙프라이데이를 안내하는 대형 입간판이 세워져 세일 참여 업체 목록과 기간 등 그 규모를 짐작케 했다.

특히 백화점 1층에 마련된 ‘이벤트 홀’에서는 아웃도어 상품을 쌓아놓고 있었는데, 평소 브랜드 아웃도어 구매 욕구가 있었던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에선 보통 수십 만 원대 유수 브랜드 아웃도어 상품들이 최대 4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날 아웃도어 할인 코너에서 두세 가지 상품을 구매한 A씨는 “산처럼 쌓인 틈바구니에서 필요한 등산복을 골랐다”며 쇼핑백을 들어보였다.

“한평생 브랜드 아웃도어 매장엔 얼씬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언론에서 보도된 세일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아웃도어를) 구매하게 됐다”는 그는 “세일한다는 소식이 반가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소비는 그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그는 “큰 마음 먹고 (백화점에) 온 만큼 물건을 사기는 했다”면서도 “생각했던 것만큼 싸지 않았고 물건이 중구난방이어서 최상급의 물건을 산 것 같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실제 아웃도어나 잡화 등 기존에 가을정기 세일에서도 특수를 누리던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백화점 측에서 발표하고 있는 전체 매출액은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크게 상승하고 있다. L백화점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1일부터 3일까지 전체 매출이 작년보다 아웃도어가 28.8%, 구두는 62.8%, 핸드백이 42.1% 등 평균 20% 이상 증가했다.

블랙프라이데이 훈풍을 맞은 백화점이라지만, 아쉬운 목소리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기존의 가을맞이 정기세일에 더해 이뤄진 행사로서 종전 수준의 할인이 대부분. 이에 정부의 대대적 홍보에 잔뜩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국경절과 맞물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기간이라 정부의 방침이 아니더라도 민간의 할인행사들이 쏟아져 나왔을 텐데 ‘내수진작’이라는 정부 실적 쌓기에 소비자들을 우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한국의 유통구조와 소비정서를 이해하지 않고 외국의 마케팅 기법을 적용한 것은 준비 안 된 실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외국에선 상품을 직매입하는 유통업체가 연말 등 재고상품털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운용하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정부의 요청으로 진행하는 것 자체에 잡음이 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유통업체는 매장만 빌려주고 수수료만 얻는 구조기 때문.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우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분위기 자체가 감지되지 않는다.

이들 유통업체엔 블랙프라이데이의 취지를 살릴 세일 특수 품목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현실적으로 상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먹을 것 없는 잔칫상이 된 것.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B씨는 질문을 던지자 그제야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임을 떠올렸다.

뉴스에서 소식을 접했다는 그는 “매주 들르는 곳(대형마트)인데,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면서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품목이 평소보다 더 많이 보이긴 하지만, 평소와 큰 차이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역에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와 이마트 광주점, 무등시장 등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처음 진행된 블랙프라이데이는 내년부터 정례화 될 예정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