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후보들 확전 자제…수그러들 조짐
문·안·이 “안보관 강조하다 일어난 말실수”

▲ 20일 문재인 후보가 옛 전남도청에서 농성 중인 ‘오월어머니회’를 찾았다.
 TV토론 중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이른바 ‘전두환 표창’ 발언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발언 다음날인 20일 광주를 찾은 문 후보는 ‘해명’에 나섰지만 상처받은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은 ‘항의’했고 각 후보 캠프도 ‘비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에 문 후보는 “제가 어제(19일) 얘기하면서 전두환 장군이 반란군의 우두머리라는 것도 분명히 말씀을 드렸었다”며 “지금 아무리 이렇게 경선 때문에 경쟁하는 시기라 하더라도 그 발언을 조금 악의적으로 하는 것은 조금 심하다 생각이 된다”고 항변했다. 발언의 여진은 21일까지 이어졌는데, 이재명 후보는 이날 “문 후보가 안보관을 설명하다 일어난 말 실수 아닌가.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전날까지의 공세 수위를 낮췄다. 대신 안희정 후보에게 화살을 돌려 학살세력과 손 잡겠다고 하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호남 경선을 앞둔 민주당 후보간 물고 물리는 먹잇감이 된 전두환 표창 발언의 전말을 다시 정리해본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9일 KBS가 방송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토론이었다. 문 후보에게서 해당 발언이 나온 건 ‘내 인생의 한 장면’이라는 코너였는데, 각 후보 스스로 선정한 사진을 설명하는 콘셉트였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인생 한 장면’ 사진으로 특전사 공수부대 군복무 시절 찍은 사진을 들고 나온 뒤 이렇게 설명했다. “공수부대에서 내 주특기는 폭파병이었다. 12·12군사반란 때 반란군을 막다 총을 맞아 참군인 표상이 됐던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어 논란이 된 부분이 이어진다. “나중에 제1공수여단의 여단장이 전두환 장군, 그때 반란군의 우두머리였던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에 최성 후보가 “(표창장)그걸 버리셔야지 아직도 갖고 계시냐”고 반문한 뒤 논란이 시작됐다.

 TV토론 이후 각 캠프의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후보 측 박수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 “그런 표창장은 버리는 게 맞다,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건 아닌가”라고 묻고, “경솔한 발언에 대해 광주와 호남 민중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 “문 후보가 야권 정치권으로서 해서는 안 될 금기를 어겼다”면서 “전두환 표창장을 흔드는 건 애국보수 코스프레”라고 비난했다.

 이튿날까지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는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앞서 광주 오월단체들이 농성 중인 옛 도청 별관, 아시아문화전당 별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부상자 가족과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은 ‘전두환 표창’을 언급한 데 대해 문 후보에게 울분을 표하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사과를 요구한 것.

 “굳이 그런 말을 한 이유가 뭐냐, 우리는 전두환하면 부들부들 떨리는 사람들이다”는 항변에, 문 후보는 “나는 5·18때 전두환 신군부에 구속됐던 사람이지만 아이러니하게 군 복무 중에는 그 사람에게 상을 받았다”며 “그때 전두환이 반란군 우두머리라는 말씀을 분명히 드렸다. 그 말에 대해서는 그런 취지가 아니니 노여움을 풀어달라”고 해명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는 “시민으로 있을 때는 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바쳤고, 군복무할 때는 충실하게 군복무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평생을 민주화운동 또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해온 그리고 또 광주와 함께 살아온 저에게 일종의 모욕처럼 느껴진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며 불만을 표했다.

 시민들도 “군 복무 중 받은 표창일 뿐”, “후보의 역사의식, 캠프와의 소통 등이 문제” 라는 식으로 의견이 갈렸다.

 본보가 SNS에 해당 영상을 올렸는데,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반란군의 우두머리라고 분명히 표현했는데 ‘전두환 표창’만 강조하는 건 전형적인 악마 편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군생활 열심히 하면 표창받을 수 있지만 전두환을 ‘장군’으로 칭하는 문 후보의 역사의식이 문제”라면서 “거짓뉴스 대응은 선거 캠프와 발을 맞추지 못하는 오류”라고 비판했다.

 한편 21일엔 후보들이 한발씩 물러서면서 이 발언의 파장은 점차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안희정 후보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후보의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 건은 군 복무를 성실히 했다는 애국심 강조 끝에 나온 발언”이라며 “5·18 광주 정신을 훼손하고자 했던 발언은 아니었다”고 평했다. 이어 “품위와 품격이 있는 경선을 만들자”며 “나 스스로도 되돌아보고 아름답고 품격있는 경선을 만들겠다”며 과열됐던 캠프에 자제를 촉구했다.

 21일 광주를 방문한 이재명 후보도 “문재인 후보가 안보관을 설명하다 일어난 말실수”라고 평하며 “학살세력과 손 잡겠다고 하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살세력과 손을 잡겠다는 게 문 후보의 말 실수보다 더 큰 잘못이다”며 오히려 안희정 후보의 ‘자격’을 겨냥하는 행보를 보였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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