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 인양 후에도 국민적 감시 이어갈 것”
선체 보존 통한 ‘기억의 공간’ 조성 기대도

 22일 오후 8시50분 시험 인양을 마친 직후, 본 인양 시도 7시간 만에 세월호 선체가 수면 바깥으로 끌어올려졌다. 3년여 만에 드러난 선체는 ‘세월’로 녹슬고 손상된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지난 시간 선체 인양을 간절히 기다렸던 시민들은 “온전한 선체 인양으로 미수습자 수습과 침몰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월호 추모를 위해 꾸준히 달려온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도 “탄핵이 된 이후에야 인양이 이뤄지고 있다”며 반가움과 동시 참담함을 드러냈다.

 23일부터 세월호 선체 인양이 순조롭게 궤도에 오르자, 무사 인양을 기원하며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발걸음이 이어졌다. 23일 오전 선체 본인양 소식을 듣자 곧장 진도 팽목항을 찾았던 시민상주 임수성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임 씨는 “3년 만에야 선체 인양이 이뤄진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해 팽목항에 발을 디뎠다”면서 “배가 부식됐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마치 어제 났던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함을 감추질 못했다. 그는 “사고 직후 선체에 갇혔던 사람들을 바로 구조할 수 있었다면 미수습자 9명의 기다림이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선체가 온전히 인양된다는 것이 다행이지만, 선체에 많이 나있는 크고 작은 천공을 통해 미수습자나 유품이 유실되진 않았을까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세월호 선체 인양 속보를 뉴스로 지켜본 시민상주 지정남 씨는 “3년간 기다려왔던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이 그려져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며 개인 순례에 나섰다. 지 씨는 “3년 전에는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생중계로 봤는데, 지금은 떠오르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며 “사고 당시에 팽목항으로 달려갈 때는 ‘죄없는 고등학생들이 죽었다’는 생각에 마냥 무서웠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희생자들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매 걸음이 힘들고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특히나 녹슬고 손상된 선체의 모습이,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증명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광주·전남 내 7개 지역에서 ‘세월호 진실규명 힘모아힘보태 호남시민운동’을 결성해, 선체가 인양된 이후에도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고 감시의 눈길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시민상주 장헌권 씨는 “24일에는 멀리서나마 인양된 선체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팽목항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3년도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선체 인양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선 정국을 앞두고 세월호 인양이 이뤄진 것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 5·18과 세월호 둘 모두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거나 ‘좌익·북한 세력이다’는 등의 색깔론이 오갔었다”며 “마찬가지로 앞으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은 물론, 명예회복과 생계유지를 위한 도움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모든 과정이 완료된 이후에는 인양된 선체의 모습이 무사히 보존돼, 앞으로 다시는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들 ‘기억의 공간’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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