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뜨고, 세월오월 걸리고, 세상은 변할 것”

▲ 2014년 세월오월 파동 당시 기자 회견중인 홍성담 화백.<광주드림 자료사진>
 홍성담 화백은 새벽 두 시부터 한 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세월호 인양 중계를 보느라 몸을 뉘일 새가 없었다는 것. 세월호 만큼이나 오래 묻혀 있었던 홍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 전시 소식을 묻자 그가 먼저 꺼낸 말이다.

 세월호 인양 첫 날인 23일 홍 화백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눈물이 난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렇게 쉽게 될 일인데 여태 수면 아래 묻혀 있었는지, 화가 나서 흐르는 눈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에 대한 바람을 한동안 어어 갔다.

 

“화가 나서 흐르는 눈물”

 

 세월호 참사를 다룬 홍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도 볼 수 있게 됐다. 오는 28일 광주에서 최초로 공개 된다. 2014년 9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전시가 무산된 지 2년7개월 만이다. 세월호와 5·18을 연결해 ‘세월호 인양’을 핵심 주제로 담아낸 세월오월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부분이 정부의 눈에 거슬려 결국, 걸리지 못했었다.

 “세월호의 비극이 세월호에만 머무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부조리한 사회적 억압은 예외가 없다. 세월오월이 전시되지 못하게 된 후 국가정보원의 압력이 쏟아져 몸과 마음이 정말 고통 속에 살았다. 한 개인, 한 작품을 이렇게 탄압한 정권은 전 세계 역사를 통틀어도 없을 것이다.”

 홍 화백은 정부가 추진한 1만 여 명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중심적 인물로 거론된다.

 “모멸감도 습관이 된다. 예술가가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순간 문화·예술적 상상력은 틀어 막힐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금으로 마련된 예술인 진흥기금 100~200만 원을 지원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로 어떻게 길들일지 무지막지한 탄압을 일삼은 것이다.”

 특히 ‘세월오월 사태’에서 문화도시 광주가 보여준 태도는 홍 화백을 더욱 절망하게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1월 윤장현 광주시장이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부터 ‘출품 불허’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자칭 시민시장이라는 윤 시장이 문제를 시민과 풀지 않고 관료들 위주로 풀었다는 점이 실망스러웠다. 용기 있지 못한 행동이었고, 그래서 공식 사과를 요청한 것이다. 어쨌든 세월오월은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전시가 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광주가 문화적 자존심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에서 세월오월을 최초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광주가 문화적 자존심 되찾는 계기”

 “그동안 많은 곳에서 세월오월 원작 전시를 의뢰해 왔다. 하지만 세월오월은 광주가 낳은 작품이고 광주에서 걸려야만 했다. 이제 비로소 제 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홍 화백은 작품 세월오월과 함께 광주를 떠나 있는 동안 주로 경기도 안산에 머물며 세월호 참사 추모 연작을 제작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세월오월 원작을 포함해 세월호 연작 20여점 등 30여 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상실에 대한 감정을 위로하기 위한 작품은 아니다. 죽은 자들의 편에 서서 그림을 그렸다. 물고문이라는 폭력으로 학살당한 사건 아닌가. 생사의 경계선에선 마지막 남긴 말, 표정, 고통을 직면하고 대면하는 작품이다. 물론 풍자화들도 있다. 희생 학생들의 영혼이 청와대에 쳐들어가는 그림 등이다.”

 진실을 직면해야 변할 수 있다는 홍 화백의 의도가 담긴 작품들이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각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뜻한다.

 “이미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의 세계관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사는지 왜 사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물욕과 탐욕에 눈 먼 사회가 만든 비극이다. 이제 우리는 달라져야 하고 달라지고 있다.”

 한편 홍성담 화백 특별전 ‘세월오월’은 오는 28일부터 5월1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열리며, 31일 오후 5시에 개막행사를 개최한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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