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 “철거 계획 없지만, 보존 계획도 없어”
“국민적 아픔 공간, 추모·기억 위해 보존돼야”

▲ 세월호 인양과 함께 팽목항 분향소 철거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진 이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후로의 보존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광주드림자료사진>
 진도군이 팽목항에 설치된 분향소를 당분간 철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팽목항 철거’ 논란은 꺼지지 않고 있다. 방치 상태로 둘 것이 아니라 추모공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전논의가 이뤄져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 지난 3년간 팽목항 터가 국민적 추모·기억의 공간이 돼 온 만큼 이를 보존할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진도군이 팽목항 개발 사업 공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세월호 수습 완료 전 분향소 철거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073일 만에 떠오른 세월호에 이목이 집중된 터라 연이어 전해진 ‘분향소 철거’ 소식은 큰 논란이 됐다.

 팽목항에서는 2016년 10월부터 진도항 2단계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 2020년 9월까지 완료할 예정인 이 공사는 전라남도가 388억 원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고 세월호 관련 시설물이 있는 곳은 터미널 신축 장소 후보지 중 한 곳이다.

 이에 논란은 부지불식간에 확산됐고, 분향소뿐 아니라 팽목항의 추모공간까지도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26일 진도군이 곧바로 공식 입장을 내고 세월호 수습까진 철거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관련 내용은 유가족 등과 협의 후 추후 결정할 사항”이라고 뒤로 미루면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의 장헌권 목사는 세월호 인양 다음날인 25일 팽목항을 찾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팽목항 터에 조성된 추모공간이 철거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 그동안 수도 없이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해 온 그는 가족과 추모객들이 켜켜이 쌓아온 흔적들을 보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 목사는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듣고 달려온 수많은 추모객들이 팽목항을 찾아 분향과 추모의 행렬을 이어가고 있었다”며 “이미 팽목항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적 애도공간이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의 비극과 지난 3년간 묻혀 있던 시간은 맥을 같이 한다”며 “3년간의 기다림이 각종 설치미술과 추모 메시지 등으로 고스란히 쌓여 있는 팽목항을 기억의 공간으로 조성해 누구에게나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 모임인 `416가족협의회’도 세월호 수색이 끝나 미수습자를 찾고 사고 원인을 확인한 후 미수습자를 포함해 합동 영결식을 치를 때까지 팽목항 분향소를 운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진도군은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팽목항에 설치된 미수습자 가족 등의 숙소 10개동의 이동식주택을 옮긴다는 계획이다.

 현재 팽목항 5000m² 터에는 이동식 주택과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가족회의실, 식당, 창고, 세탁실, 샤워장, 화장실 같은 가족 지원시설 25개동이 있다. 진도군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팽목항을 떠나면 빌린 식당과 창고 등 10개동은 철거하기로 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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