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언론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말을 꼽으라면 단연 ‘가짜뉴스(fake news)’다.

 언론보도에 대한 접근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향상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가짜뉴스를 상대하기 위해 ‘팩트체크(fact check)’가 등장했고, 팩트를 기반으로 상대방의 논리기반을 무너뜨리는 ‘팩트폭행’이라는 말도 유행 중이다. 이제 시민들은 정보와 뉴스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짜 팩트(진실)인지를 알기위해 팩트선별법을 익혀야 할 판이다.

 ‘팩트체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어떤 것이 팩트인지에 대한 다툼, 그리고 그 팩트의 근거, 또다시 그 근거의 근거를 찾다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미궁에 빠지기 십상이다.

 대통령탄핵을 종북좌파의 음모로 받아들이는 분들은 어떤 팩트가 제시되더라도 믿지 않는다. 왜냐면 신뢰할 수 없는 언론에서 나온 정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선택적 인지와 확증편향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은 박근혜 전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자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인간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이른바 선택적 인지(selective perception)다.

 인지행동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외부로부터 정보를 인지할 때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않는다. 과거 경험에 의해 구조화된 사고의 틀 속에서 선택적으로 정보를 인지한다.

 똑같은 정보가 제공되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정보로 인지하고,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특정 후보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기사가 등장했을 때 어떤 사람은 ‘합리적 의심’을 할만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근거없는 네거티브’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이 있는 사안을 두고 싸움이 격해지면, 당사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추가적인 팩트를 찾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이나 가설을 지지하는 팩트는 수용하고, 지지하지 않는 팩트는 축소시키는 현상이다. 확증편향은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는 요인이며, 소모적인 감정다툼의 원천이다.

 최근 18대 대통령 선거의 개표부정 의혹을 다룬 영화가 나왔다. 선관위에서는 투표지 검증으로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영화는 개표부정가설을 지지하는 선택된 팩트, 그 팩트로부터 얻은 가정, 그리고 그 가정에 기반하여 선별된 팩트를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아직 진실이 최종적으로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논리전개방식은 다양한 팩트에 대해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여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팩트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하거나 결론을 내리는 과정 자체는 문제는 아니다. 제한된 팩트와 한계적인 사전지식 하에서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류가 확인되었다면 인정하고 수정하면 된다.

 다만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았는지 좀 더 주의하고,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이 제시하는 팩트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연습하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팩트를 조작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범죄다. 후쿠시마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선노출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사고 이전에 수집한 기형동물의 사진을 근거로 제시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가설을 증명할 목적으로 팩트를 조작하는 것이다.

 ‘황우석 스캔들’에서 논문조작을 범죄라고 하는 이유는 팩트를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팩트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팩트 조작자들이나 가짜뉴스 생산자들은 소수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공범 혹은 가짜뉴스의 피해자는 바로 우리들일 수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 언론의 역할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인지적 속성, 소셜미디어 환경,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가짜뉴스. 그 속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선 팩트만 제시한다고 해서 언론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최소한 언론은 자신의 기사가 확증편향에 의한 팩트간 다툼을 확대재생산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할 것이다.

 시민들이 팩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만약 언론이 기사를 통해 너와 나의 고정된 인식에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송한수 <발행인>



※열쇳말(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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