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장 경질·‘임~행진곡’ 제창 지시 등 정상화
4년 만에 대통령 참석 기대 속 “분위기 확 바뀌어”
5월 단체에 “기념식 가고 싶다” 신청·문의 잇따라

▲ 5·18광주민중항쟁 제37주년을 앞둔 지난 13일 광주 북구 망월동 구묘역을 찾은 추모객들이 열사들의 뜻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기념식 참석 신청기간이 끝났는데도, 참석하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질 않습니다.”

 3일 앞으로 다가온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보다 뜨겁다는 김후식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의 말이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올해 5·18기념식은 새 정부 출범 후 첫 정부 공식 기념행사다.

 때문에 이번 기념식은 여러모로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단 2014년부터 계속된 ‘대통령 없는 기념식’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광주에 올때마다 “대통령 자격으로 5·18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겠다”고 했던만큼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도 의심의 여지는 없는 상태다.

 또 하나, 올해 기념식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3년 5·18 기념식이 정부행사로 승격된 이후 2008년까지는 본행사에서 제창돼 왔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들어 2009년과 2010년에는 본행사가 아닌 식전 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르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2011년과 2012년에는 다시 본행사에서 합창단이 합창했다.

 2010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기념식 식순에서 제외돼 오월 단체와 유가족 등이 기념식에 불참하고, 대신 망월동 구묘역에서 별도의 기념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2009년 취임한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박근혜 정권 때도 직을 유지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 홀대에 앞장섰다.

 이에 5월 단체, 유족 등은 2013년부턴 2015년까지 정부 기념식에 불참했다.

 취임 이틀만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경질’한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올해 5·18기념식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념식 전날까지 5월 단체와 지역시민사회단체 등이 목이 터지도록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고 외쳐야 했지만, 올해는 이러한 풍경이 사라졌다.

 2009년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진 5·18 폄훼와 축소 시도가 이번 제19대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로 중단된 것이다.

 5·18기념식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모습을 9년 만에 볼 수 있게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후퇴한 5·18기념식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매년 5월 반복돼 온 정권을 향한 갈등과 분노도 누그러지고 있다.

 5월 단체, 유가족들도 참석을 꺼리던 이전과 달리 “기념식에 가고 싶다”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후식 회장은 “신청기간이 끝난 상황에서도 5월 단체와 보훈처에 기념식 참석 신청 문의가 잇따라 참석 여부를 보훈처와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보훈처는 올해 기념식 참석 인원을 3500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제36주년 기념식 참석자는 3000여 명이었다.

 문 대통령의 `열린 경호’ 기조에 따라 올해 기념식은 경비·경호 인력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18기념재단 김양래 상임이사는 “과거에는 과도한 경호로 시민들의 행사 참여가 불편한 게 사실이었다”며 “올해는 이런 부분들이 해소돼 `열린 기념식’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 형식적으로 진행되며 “성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기념식 내용 자체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등 5월 3단체는 지난 주말 국가보훈처와 만나 이번 기념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5월 단체들은 “기념식의 내실을 다지고, 최대한 열린 기념식이 될 것”을 주문, 국가보훈처도 “이를 참고해 알차게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음악 공연뿐 아니라 지난해 하지 않은 뮤지컬 형식의 기념공연을 진행해 5·18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안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후식 회장은 “기념식을 기다리는 지역의 분위기가 확실히 전과는 달라졌다”며 “올해는 모처럼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기념식이 될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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