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기념사 분석해보니<3>

▲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 참석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오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복원할 것입니다.”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약 14분간 기념사를 낭독했다.

 10분도 채 안돼 끝나버렸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다른 것은 `시간’만은 아니었다. A4용지 3장 분량의 기념사에는 5·18, 광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약속과 다짐, 그리고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 “열사들 희생 헛되이 하지 않겠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다”며 4명의 열사를 호명했다.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진상규명을 위해 40일 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 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기념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박관현 열사는 19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5·18 직전인 17일 여수로 도피했다가 2년 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았다.

 표정두 열사는 고등학생으로 5·18에 참여했다가 정학 처분을 받았었다. 이후 호남대학교에 입학 후 야학교사로 활동하며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운동을 계속해 왔다. 조성만 열사는 1988년 5·18 8주년과 함께 ‘양심수 전원 석방 및 수배 해제’ 요구가 컸던 시기 서울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5장의 유서를 뿌리며 투신했다. 그가 투신하기 전에는 “양심수 가둬 놓고 민주화가 웬 말이냐”는 외침이 있었다.

 박래전 열사는 박래군 인권운동가의 동생으로 “광주는 살아있다. 군사 파쇼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1988년 6월4일 분신, 이틀 뒤인 6월6일 사망했다.

 문 대통령은 “수많은 젊음들이 5월 영령의 넋을 위로하며 자신을 던졌다”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을 때, 마땅히 밝히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며 “오월의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광주 5·18정신 ‘국민통합’ 동력으로

 기념사 마지막 부분에서 문 대통령은 광주시민들에 ‘부탁’했다.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이제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주십시오.”

 박근혜 정권 들어 심화된 대한민국 내부의 분열과 반목을 치유하는 데 ‘광주’가 앞장서달라는 호소에 다름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촛불로 이어진 5·18의 뜻, 계승 다짐

 문 대통령은 오월 광주가 나눈 ‘주먹밥과 헌혈’을 가리켜 “민주주의 참 모습”이라며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정신은 그대로 촛불광장에서 부활해 촛불은 5·18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대한민국 주인임을 선언했고,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는 정부가 될 것임을 광주 영령들 앞에 천명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어디로 나아갈 지를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며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숭고한 5·18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숨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임을 강조하고 5·18영령들의 명복을 비는 것으로 기념사를 마쳤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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