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서 중국음식점 운영 박찬호 씨 진격의 오토바이
세월호·이명박근혜 정권 심판 등 직접 새기고 거리로

▲ 세월호·이명박근혜 정권 심판 등 문구를 자신의 배달 오토바이 등에 직접 새기고 다니는 박찬호 씨.
 일분 일초를 아껴 골목 곳곳을 누비는 박찬호 씨는 짜장면 배달일 말고도 하는 일이 더 있다.

 배달 오토바이에 소신 발언을 새겨 넣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슈가 바뀔 때마다 오토바이 메시지도 바뀐다.

 그 중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리본을 가장 크고 선명하게 그린 것은 그가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의 핵심이기 때문. “304명의 희생자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비상식적인 정권이 만들어낸 참사잖아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지난해 10월, 광주 서구의 한 동네에서 25여 년 중국집을 운영해 온 박 씨에게 노란 리본을 달고 달릴 이유가 생겼다.

 “국민들이 탄생시킨 정권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은 그를 ‘정치 메신저’로 탈바꿈 시킨 계기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스티커 제작 업체에게 의뢰해 이슈가 바뀔 때마다 메시지를 다시 새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오토바이 전면과 배달통, 배달통을 담는 바구니, 헬멧까지 여유 공간은 모두 메시지 차지다.

 “민초에 불과한 제가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쳐 오면서 깨달은 건 이대로 가다가는 후손들 살아갈 세상에 비상식만 남게 되는 것 아닌가.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남북관계는 흔들리고 진보와 보수로 나뉘며 다양성을 잃어버린 세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그는 맨 처음 배달 오토바이에 `박근혜 하야’를 새겼다. 이후 `김기춘·우병우 구속’ `탄핵 인용’ 등 전개되는 사안에 맞춰 메시지를 바꿔 새겼고, 그 사이 그가 외쳤던 구호들 중 일부는 실현됐다.

 또 그는 동네에서 `최고배달맨’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저는 특정 당의 당원도 아니고, 정치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그저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일개 시민일 뿐이었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같이 사진 찍자며 좋아해 주시고 응원도 해주셨어요. 그것으로도 저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정국이 급변하던 시기엔 가게 오토바이 5대 중 가능한 오토바이에 메시지를 새겼고 지금은 박 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만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던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주저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새 정부가 지난 열흘 간 보여준 게 현실인지 믿기 어려울 정도에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상식인 거잖아요. 더 이상 비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저의 오토바이도 힘낼겁니다.”

 그는 형수님과 운영 중인 중국집 상호 명을 밝히기를 한사코 거절했다. “순수한 의도에서 한 일이 행여 오해를 불러일으킬까”하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언제라도 길에서 마주친다면 사진 촬영은 기쁘게 응할 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