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만들어놓은 삐뚤어진 세상
국제개발 실천, 왜곡된 구조 인식부터

▲ 니제르 함달라이지역 우물가_ 서진원
 후원광고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실천방법이 합리적인 것인가. 우리는 지금까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빈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난 10번째 글부터 경제 구조적 원인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자본주의’는 유럽 노동자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화했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자원을 착취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내용을 지난 연재(3월31일자·<11>자본주의 발생 ~ 산업혁명)에서 자본주의 발생부터 산업혁명까지 과정을 살펴보며 확인했다. 이번 글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경제사를 살펴본다.

 산업혁명과 함께 ‘자유무역’이 널리 확산됐다. 영국이 서유럽 국가들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자유무역은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더 많이 진행되었다.

 자유무역은 ‘자유’라는 단어 때문에 합리적인 체계인 것처럼 인식된다. 정당하게 확산된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자유무역은 강압적인 ‘힘’에 의해 확산되었다.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는 유럽 국가로부터 ‘불평등 조약’을 통해 자유무역을 강요받았다. ‘관세 자주권’(자국의 관세를 정할 권리)을 비롯해서 많은 권리를 빼앗겼다. 이는 해당 국가의 유치산업 성장을 가로 막았다. 이로써 많은 나라들이 경제성장을 위한 기회를 박탈당했다.

 

자유주의·세계화, 약소국 침탈 가속

 불평등 조약의 대표적인 예는 ‘난징조약’이다. 난징조약은 아편전쟁에서 진 중국이 1842년 강제로 서명한 조약이다. 중국은 홍콩을 1997년 돌려받을 때까지 할양해야 했다. 문호를 강제로 개방했다. 톈진, 상하이에 ‘조계’를 허용했다.

 ‘조계’지에는 그 나라의 행정권이 없고 조약국의 행정권이 행해지며 치외법권도 인정된다. 실질적으로 조차국의 주권을 침해, 제국주의 국가의 경제적 침략의 기지가 되었다. (출처 : 한국근현대사사전, 한국사사전편찬회, 2005. 9. 10., 가람기획)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1810년대와 1820년대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중남미 국가도 유럽 국가와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1820년대에서 1850년대 사이에도 많은 나라들이 피해자로 전락했다. 이 효력은 20세기가 시작될 때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경우를 보자. 초창기에 자유무역 시장에 개방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의 규모를 갖출 수 있었을까.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보호무역이 필요하다. 해당 산업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성장할 때까지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경제성장을 이룬 대부분 국가는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면서 약소국에는 자유무역을 강요하며 그 국가 산업 발전을 막았다. 그리고 그 시장에 상품을 강제적으로 팔았다.

 1870년대 이후 자본주의는 중화학 공업이 발달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였다. 대량 생산 시스템 발명이 그 성장을 가속화하게 했다. 그리고 유한회사, 파산법, 중앙은행, 복지 국가, 노동법 등 자본주의 기초 체계가 갖추어졌다. 이런 사회체계는 자본주의 성장을 도왔다.

 또한 이 시기에 경제 세계화가 시작되었다. 오늘날 부자 나라들은 이 시기를 합리화한다. 이들은 ‘자유주의’ 덕분에 세계화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한다. 재화, 자본, 노동이 국경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국내적으로는 ‘자유방임주의’ 정책을 사용해서 경제성장이 가능했다고 해석한다. 자유방임주의는 개인의 경제활동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이에 대한 국가 간섭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는 경제사상 및 정책이다. ‘최소국가’를 지향한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나 대형 자본을 견제하는 규제는 배제한다.

 하지만 1870 ~ 1910년 자유주의는 정작 약소국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은 약소국들에게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유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자신들은 자유주의와는 반대되는 노선을 걸었다. 정부가 노동규제, 사회복지제도,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공적 투자와 교육 등에 대대적으로 개입하였다. 이 시기에 유럽과 미국은 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이 정말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었나. 만약 그랬다면 왜 약소국에만 강요하였나. 왜 정작 자신들은 그 반대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나.

 

부자들의 착취를 멈추게 하자

 오늘날 부자나라들은 왜 그 당시 자신들이 경제성장한 것은 자유주의와 자유무역 때문이었다고 사실과 다르게 주장하는가. 그러면서 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개발도상국들에게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며 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을 강요하는가.

 부자나라들은 제국주의 시대에는 ‘무기’로 약소국을 착취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경제력과 정치력으로 그 태도를 유지하였다. 부자나라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나라는 더욱 가난해졌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다음 질문과 만난다. “현재 빈곤한 나라들은 왜 빈곤한가. 오늘날 부유한 나라는 어떻게 부유하게 되었나.” 국제개발을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행위가 아니다.

 먼저 국제개발 실천은 삐뚤어진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삐뚤하게 보는 것이다. 어른·아이 관계없이 사람을 발가벗기고 노예선 화물칸에 손과 발을 쇠사슬로 묶어서 소비자(?)에게 보냈던 행위는 우리 인류의 역사이다. 지금 당신이 사용하는 물건은 누군가의 착취를 통해 만들어졌다. 당신이 누리는 문화를 위해 누군가는 저임금 노동을 강요당한다.

 누군가를 돕고 싶은가. 돕기 전에 세상을 바로보자. 세상은 삐뚤어져 있다. 부자들이 삐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윗부분에서 안정적으로 있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들어가기 싫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자들이 폭력을 사용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삐뚤어진 세상의 아래쪽으로 보내졌다. 그들은 윗부분은 고사하고 중간 부분으로도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부자들이 그 장치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은가. 그럼 그들에게 학용품을 전달하기 전에 먼저 그들이 왜 빈곤한지를 살펴보자. 삐뚤어진 세상을 인식하자. 그리고 삐뚤어진 세상을 바르게 만들자. 부자들의 착취를 멈추게 하자. 가난한 사람들은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 이 과정이 합리적인 국제개발실천이다.

이대호 <광주 국제개발협력 & 사회복지 스터디 모임, 이유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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