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규직화 ‘원조’ 경쟁부터
한전공대 윤 “객관적 절차” 민 “유치전 불참”
민 ‘금타’ 1인 시위에 윤 ‘SNS 메시지’ 맞불

▲ 지난 11일 민형배 광산구청장이 산업은행 광주지점 앞에서 금호타이어 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오른쪽)를 하자 이날 저녁 윤장현 광주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동자를 격려하는 사진과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한 글을 남겼다.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차기 광주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민형배 광산구청장이 최근 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 현안마다 두 사람이 앞다퉈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마치 내년 선거를 겨냥한 신경전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11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업은행에 현 매각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동자의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사진과 이와 관련한 메시지를 남겼다.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향토기업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금호타이어 매각 이대로는 안됩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의 호소가 간절합니다”라는 내용이다.

윤 시장은 특히 “고용 보장과 광주공장 유지, 설비투자 담보 등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우선되지 않은 채 시장논리로만 매각이 진행돼선 안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매각은 더더욱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라며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간절히 호소했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날 오전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KDB 산업은행 광주지점 앞에서 ‘광산구는 고용보장과 설비투자를 담보하지 않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민 청장은 △고용 안정 유지 △광주공장 물량 감소 방지 △광주공장 규모 유지 등 ‘광산구 요구 3대 사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 청장은 “고용안정을 해치고, 지역자본이 해외자본에 먹히는 꼴이어서 금호타이어를 해외자본에 매각하는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매각 절차가 바람직하지 않고, 지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계속 알리겠다”고 현 매각 절차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도 밝혔다.

시간 순서상 민 청장이 1인 시위를 하고 난 뒤 저녁에 윤 시장이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남긴 것이어서 마치 윤 시장이 민 청장에 ‘맞불’을 놓는 것처럼 비춰졌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두 사람은 지역의 현안을 두고 목소리가 겹치거나 충돌하는 일이 잦아졌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광주시가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광주에서 시작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제 광주를 넘어 한국 사회의 태풍이 됐다”고 밝힌 뒤 민 청장이 민선6기 3년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출발은 광산구의 정규직 전환 시도로부터 연원을 살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원조’ 경쟁의 불을 지핀 것.

민 청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라는 이 정부의 큰 흐름 중 하나는 광산구의 시도가 전국으로 퍼진 것이다. 벌써 그것이 7년 전이었다”면서 “청와대 근무 당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동부(현 고용노동부)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고 실행하려고 하다가 끝나서 못하고 말았다. 그때 비서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고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역의 가장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른 한전공과대학(KEPCO Tech) 설립과 관련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지난달 민선6기 3년 결산 기자회견에서 윤 시장은 “한전공대를 보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볼 대 ‘선물 주니까 서로 싸우네’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런 문제들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연구용역을 통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주시, 전남지역 정치권이 나주 혁신도시 내에 한전공대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메시지였다.

윤 시장이 한전공대 부지 및 추진에 대해 ‘객관적 절차’라는 원칙론을 들고 나오자 민 청장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한전공대 유치전에 광산구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민 청장은 “한전공대는 어디에 세우느냐보다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한전공대 입지로 갈등하는 건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고 ‘유치전’ 자체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기자회견에서 내년 광주시장 선거 도전을 공식화한 민 청장은 내년 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로 ‘현직 시장의 출마 여부’를 꼽기도 했다.

예상되는 경쟁구도를 고려한 당연한(?) 전망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한편으론 재선을 노리는 윤 시장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두 사람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차기 광주시장 선거전이 일찍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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