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동물원 민관 거버넌스 ‘다울마당’ 주목
일방적 추진 아닌 토론·협의 ‘최적안’ 모색
동물원 마스터플랜 수립·동물사 개선 추진

▲ 전주동물원 `늑대의 숲’.
 최근 개선 사업이 끝난 전주동물원의 큰물새장은 작은 자연을 담아놓은 듯 숲과 나무로 가득하다. 새장 한 켠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새들은 수의사가 먹여주는 ‘밥’ 대신 이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

 당초 전주동물원은 큰물새장 개선을 추진하면서 관람객들을 위한 관람 데크를 만들려 했지만, 최종적으로 이는 사업에서 제외됐다.

 전주동물원의 민관 협의체인 ‘다울마당’이 활약한 결과다.

 다울마당은 지난 2015년 1월에 결성돼 활동해 오고 있다. 2014년 동물원의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과 논의로 동물원 관련 정책과 사업에 시민,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김승수 전주시장이 수용해 출발하게 됐다.

 이후로 전주동물원은 동물원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다울마당과 공유하며 협력 체계를 다지고 있다.

곰사 리모델링 6개월여 토론·협의

 예를 들어 한 동물사의 개선 사업 계획이 수립되면 이를 곧바로 추진하지 않고, 다울마당이 이를 점검, 보완·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리모델링 사업이 예정된 곰사의 경우 민간 사업자가 수립한 계획을 두고 6개월이 넘게 토론, 협의가 진행됐다. 올해 6월 리모델링 사업이 완료된 `늑대의 숲(늑대사)’은 대표적인 협력의 성과물이다.

 이전에 비해 50배 가량 넓어진 공간은 이름처럼 작은 숲으로 재탄생했다. 늑대의 무리생활 특성을 반영, 우두머리가 `하울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놓은 것도 다울마당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반영한 것이다.

 큰물새장도 조류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새들이 좋아하는 나무를 위주로 배치했다.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도록 한 것도 다울마당의 작품이다.

 동물사 외벽 전체를 유리로 하려던 사자사, 호랑이사도 다울마당의 점검을 통해 `유리 면적’을 대폭 축소했다. 관리사무소 옆에는 다치거나 아픈 동물들의 치료를 위한 `동물치유쉼터(동물병원)’를 마련하고, 수의사도 확충했다.

 

다울마당·동물원 마스터플랜 함께 수립

 이러한 크고 작은 변화들은 점차 전주동물원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러한 사업들이 다울마당과 전주동물원이 함께 수립한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마스터플랜은 다울마당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1년여 간 외국의 동물원 견학, 연구하고, 매달 보고회를 열어 세부 내용을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 수립했다.

 지난 12일 전주동물원에서 만난 다울마당에 참여하고 있는 전북녹색당 박정희 운영위원장은 “전주동물원은 약 4만 평으로 이중 동물사 비중은 17%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는 인간을 위한 공간을 동물들에 내주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 목표의 핵심 대상이 코끼리사, 곰사인데, 박 위원장은 “곰사는 앞으로 전주동물원을 대표하는 동물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부턴 ‘전주시 다울마당 구성 및 운영 조례’가 만들어져 시행, 다울마당 운영이 하나의 제도로 체계화됐다.

 

작년 운영조례 제정, 제도화 

 30명 이내로 구성하게 돼 있는데, 현재는 시민단체 활동가, 동물 관련 전문가, 서울대공원·국립생태원 관계자, 시의회, 언론인 등이 1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어떤 동물원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울마당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들을 위한 `좋은 환경’보다 관람이나 관리편의를 우선하는 운영방식을 민간의 참여와 감시, 견제를 통해 해소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 전주동물원인 셈이다.

 이는 2012년부터 많은 예산을 들여 동물사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우치동물원에도 참고가 될 만한 사례로 평가된다.

 우치동물원이 지난 2015년 입장료를 없애고, 시민들에 무료 개방된 가운데, “전반적인 운영 방식에 대한 `개방’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동물을 가두고 전시하는 공간인 동물원을 이제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의 의미를 확인하고, 이를 교육하는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다울마당과 같이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열린구조의 회의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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